기고-절도, 양심의 부름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기고-절도, 양심의 부름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23 18:3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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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창원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2팀장
 

박동선/창원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2팀장-절도, 양심의 부름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최근 농수산물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모든 절도범죄가 그렇겠지만, 농수산물 절도는 농민들이 1년 내내 피땀 흘려 일구어놓은 과실을 훔쳐간다는 점에서 큰 정신적 피해를 준다. 그리고 절도범 본인에게도 손해이다. 왜냐하면, 남의 물건을 훔치고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는 죄책감은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양심이란 염려의 부름이다”-M 하이데거(실존주의 철학자)


영화감독 A 타르코프스키는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람의 양심을 “괴물”, “기이한 손님”으로 묘사했다. 양심이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고 때로는 무력한 것 같아도 가끔 꾸짖음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내면에서 사라지지 않은 채 예고 없이 불쑥불쑥 찾아오기도 하는 사람의 양심은 마치 괴물의 모습을 닮았다.

아마도 모든 범죄자의 심리상태가 이와 같을 것이다. 절도든, 폭력이든 사기든, 범죄자들은 스스로 저지른 죄에 대해 죄책감을 항상 무의식 속에 가지고 살아가며 일상생활의 와중에서 죄책감 때문에 트라우마를 겪기도 한다.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을 가지고 있어도 내면에는 항상 양심의 꾸짖음을 달고 있다.

경찰관으로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수많은 범죄를 목격했다. 절도, 폭력, 사기 등등 종류도 정말 다양했고 그중엔 피해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심각한 범죄도 있었다. 진심으로 죄를 뉘우치는 절도범도 있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그러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사과 하고 용서를 비는 등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마음의 평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과거의 죄에 대해 뉘우침 없이 사는 사람이 평온한 삶을 사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다. 이국의 종교인 기독교가 지구 반대편인 한국에서 번성한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원죄에 대한 용서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종교이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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