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도전없는 삶은 향기없는 술이다’
진주성-‘도전없는 삶은 향기없는 술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24 18:4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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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
 

황용옥/진주 커피플라워 대표-‘도전없는 삶은 향기없는 술이다’


어린 시절 가을 이맘때면 동네 모든 곳은 향으로 가득했다.

아침 밥 짖기 위해 피어오르는 부엌의 장작 타는 냄새, 가을걷이 끝난 들녘의 볏짚 태우는 냄새, 절구통에 들어가기 전 메주 콩 삶는 냄새, 해질녘 외양간 가마솥에 소여물 삶는 냄새,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들꽃과 구절초 향, 집안 제사라도 있는 날이면 안방구석 우뚝 자리 잡은 막걸리 익어가는 냄새들이 곳곳에 가득했다.

어른이 된 지금에도 눈뜨면 압력밥솥에서 나는 구수한 밥 냄새와 출근길 건물에서 새어 나오는 빵 굽는 냄새와 정장 입은 회사원이 들고 있는 종이컵의 커피 향들과 엘리베이터 안의 남녀들의 샴푸와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향은 종교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기독교에서는 풍부하고 감미로운 와인 향이 같이 했고, 불교에서는 향(香)을 통해 해탈과 화합 희생 등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슬람교는 매력적인 커피 향과 함께 발전하였다.

민간에서는 허브의 향을 이용해 아로마테라피(aroma therapy)라 하여 질병 치료를 하였고,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 사용하였으며, 음식도 향신료나 연기 훈제를 이용하여 맛을 더 뛰어나게 만들게 한다.

중국을 대표하는 마오타이주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천박하고 볼품 모양 때문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자 마오타이 술 한 병을 고의로 깨뜨려 술 향이 박람회장 전체에 퍼지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가짐으로서 세계적인 술로 알려지게 되었다.

‘백세주’를 만든 배상면 회장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없음을 부끄러워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로 전통주 성공신화를 만들어 ‘도전 없는 삶은 향기 없는 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향이 좋은 막걸리 도가는 먼 곳이라도 찾아가는데, 자주 마시는 소주공장은 가까이 있어도 찾아가는 이가 없다.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에도 그 나라만의 향이 있어야 하고, 서민들이 마시는 술에도 향이 있어야 한다.

향이 없는 음식과 향이 없는 술은 아름다운 기억과 역사는 만들 수 없다.

가을바람이 노랗게 말라가는 갈대 잎사귀 옆을 스쳐 지나, 구절초와 들국화 향도 실어 가느린 여인내의 손으로 비벼 만든 누룩향 피어나는 막걸리 한잔이 생각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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