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세 여자
아침을열며-세 여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25 18:52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세 여자


대한 민국이 세 여자들 때문에 입이 바쁘다. 최순실과 정유라와 그녀가 그들인데 앞의 이름을 밝힌 두 여자는 행방불명이다. 반대로 부득이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한 여자는 만천하가 너무도 잘 아는 여자지만 한편으로는 그녀의 얼굴과 패션감각 정도만 알 뿐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앞의 두 여자는 모녀 관계이니 그냥 두 모녀라고 하자. 두 모녀를 찾기 위해 언론들이 혈안이 된 모양이지만 맨날 뒤만 따라다니는 듯하다. 모 언론사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독일 집에는 ‘할머니와 작은 아이가 살았다’는 말만 듣고 또 허탕인 모양이다. 두 모녀가 보고 싶은 건 언론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도 두 모녀가 마치 집을 나간 동기간이나 되는 것처럼 행방이 궁금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고싶다. 어디 가서 몸이나 상하지나 않은지 밥이나 먹고 사는지...이러다 정말 나쁜 일이나 당하지나 않을런지 별 방정맞은 생각까지 들면서 말이다.

그러면 우리 국민과 언론들은 왜 두 모녀를 이렇게 보고싶어 하고 궁금해할까? 이게 다 비교적 잘 알려진 그녀 때문이다. 그녀는 ‘미르와 케이’ 라는 두 재단을 거의 동시에 설립하고 두 모녀를 앞세워 재계의 각 기업체에서 거액의 모금을 했던 것이다. 특히 최순실은 이과정에서 막강한 힘을 휘둘렀다. 심지어는 모처 모처에 인사개입을 한 정황까지 언론과 국민들에게 포착 당했다. 국민들은 이제 이 정도 되면 이미 어떤 '의혹'의 단계가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니 즉각 구속수사에 착수 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더민주당 일각헤서는 최순실을 입국시키라고 대통령에게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모든 의혹과 상황들이 며칠 전 그녀가 공개적으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은근한 해명과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가 있기 전까지는 그야말로 소문이고 의혹이었을 뿐이었다.

“지난해(2015년) 7월 등 두 차례 재계와 협의하고 부탁을 했다” 그래서 “이렇게 의미있는 사업이며 재계가 순수한 참여 의지를 가지고 주도 한 것” 이라고 그녀가 딱 부러지게 밝힌 것이다. 여태 좀 거시하고 허리멍텅한 것에 비하면 이참엔 참으로 현명하시고 정직하신 그녀의 면모를 보였던 것이다. 이 말을 다시 한 번 음미해보면 최순실이 주도한 미르와 케이 재단에 대한 기업체 모금은 그녀가 지난해 7월 등에 재계 사람들과 만나 직접 재단의 설립과 모금을 부탁을 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제 최순실은 용서해주고 그녀를 단죄하라는 지당한 말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그렇게 들리기도 했다, 나의 귀에는!! 그녀에게 이렇게 아싸라한 면도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면 최순실을 조금만 더 압박하면 ‘이제 그 애 얘기는 그, 그, 그만!! 그만하라니까, 차라리 날 잡아가!!!’ 뭐 그럴까? 그리고 재계의 모금은 자발적인 것이었고 압박은 없었다고 하는 대목에 이르면 웃음이 나온다. 참 씁쓸하게 웃게 되는 것이다. 골목대장이 자기보다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 어느날 다 모여하고 부탁을 했다. 다 모이기 위해 가는 약자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경기는 바닥이어서 돈도 없는데 대장은 대개는 돈을 요구하기 위해 모이라고 하니 없는 돈을 준비하는 마음이 어땠을까. 나오는 게 욕밖에 없다. 그런데도 막상 면전에서는 그놈의 의미있는 모임에 찬동과 참여를 자랑스러워하며 자발적으로다 돈을 냈을 것이다. 슬픈 사실이지만 이것이 자발적이지 않다는 것은 그녀만 모를 뿐이다.

그러니 이제 국민들은 이 사태를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고 ‘그녀의 게이트’라고 잘라 말하기에 이른 것이다. 쓸쓸하게 가을이 깊어가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팔랑팔랑 떨어진다. 어떤 여자들에게는 몇 백 억, 몇 십 억의 돈을 누군가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모아주는데 우리 서민국민들은 당장 보일러실에 넣을 석유값을 걱정해야 한다. 그래도 단풍은 참 이쁘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