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머리 굴리면 굴릴수록 진실과는 멀어진다
칼럼-머리 굴리면 굴릴수록 진실과는 멀어진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25 18:52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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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머리 굴리면 굴릴수록 진실과는 멀어진다


제 갈 길은 제가 걸어가야 하고, 제 할 일은 남의 신세 지려말고 자신의 힘으로 끝까지 다해 나가야한다.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고’, 침대를 보면 눕고 싶어지는 것이 인간이다.

삿됨과 바름,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하며 살아가자. 남을 헤치고자 음모를 꾸미다가는 제 꾀에 제가 넘어지고, 제 발등 제가 찍으며, 제자 눈 똥에 주저앉기 십상이다.

수행자들의 무기는 군더더기 없는 명확한 진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진리의 길을 비켜 가면 세상을 거꾸로 살아가게 된다. 수행자들은 모든 삶을 남을 위해 살아간다는 무서운 무기를 갖고 있다. 무지한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만 바라보지만 지혜의 눈으로는 시공을 초월하여 과거와 미래, 먼 것, 미세한 것, 지옥, 극락의 세계까지도 다 들여다 볼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정확히 구분하여 시비와 다툼을 떠난다.

중생들은 제 그른 줄 모르고, 남만 그르다하며, 모든 잘못의 원인을 남에게서만 찾는 그릇된 태도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정치권에서 서로 상대 탓만 하면서 벌리고 있는 진흙탕 싸움들은 보기에 안쓰럽기만 하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의 집에 일하는 하인들이 있었다.

하인 중 한 명이 어느 날 아무 연락도 없이 출근을 하지 않았다. 그 하인은 오후 늦게야 나타났다. 그를 본 순간 타고르는 화가 치밀었다. 하인이 쓸고 있던 빗자루를 뺏어 집어던지면서 ‘이런 식으로 일할 태면 그만둬라. 너 같은 하인은 필요 없다’ 소리쳤다.

하인은 아무 말도 없이 집어던진 빗자루를 들고 와서, ‘주인님,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실은 어제 밤에 제 딸아이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 순간 타고르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상대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없을 때,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 질 수 있는가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지금 정치권에서 날마다 고함만 지르며,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판을 지켜보면서 담담한 반응과 예민한 반응도 있지만 둘 다 피로감이 쌓여가기는 마찬가지다.

‘시간을 낭비한 죄’가 있다. 시간을 낭비하고 죽이는 놈은 살생죄를 범하는 것과 같다.

살생의 죄보다 더 큰 죄는 없다. 제 밑 핥는 개처럼 자기가 한 짓이 더럽고 추잡한 줄 모르고, 서민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서로가 삿대질이다. 진실은 바로 자기 발밑에 있는 걸 왜 모르는가. 머리 굴리면 굴릴수록 진실과는 멀어진다. 윗물이 맑아서 지도자들이 늘 자애롭고 진실한 말로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들의 인격이다.

‘나는 과연 어떤 지도자인가?’ 반성해보라. 허망한 말과 헛소리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생각해보라. 나쁜 마음으로 상대를 음해하다가는 제가 놓은 덫에 제가 먼저 걸려들게 된다.

지도자들은 여러 의견들이 충돌하는 것들을 조정하여 적절한 합의 속에 민생부터 살펴보라. 제발 상대를 존중해 주는 모습 좀 보여 달라.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도 나라를 망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사람은 없다. 국민들은 현명하여 불순한 세력에 의해 농락당하지도 않으며 옳고, 그름을 분별할 줄도 안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일구어낸 것은 백성들이다.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것도 부지런하고 성실한 국민들이다.

여야가 서로 죽도록 미워하고 싸우면 둘 다 죽고, 진리의 길을 따라 어깨동무하면 둘 다 살아난다. 마수도하기 전에 까마귀부터 울면 불길한 징조라 했다. 대통령 임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다음 정권쟁취만을 위해 좌충우돌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 지금 서민들은 아무리 용을 써도 궁핍생활을 면할 길이 없다. 삶이 짐짝처럼 무거운 서민경제를 방치만할 것인가. 죽어라고 일을 해도 빚만 늘어나고 있는 경제회복이 더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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