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뭣이 중한디?
칼럼-뭣이 중한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26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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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뭣이 중한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생명의 존속이다. 모든 두려움의 근원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인간은 가치를 위해 하나뿐인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 또한 결정된다.

1909년 10월 26일 09시 30분, 하얼빈 역에서 5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잠시 뒤, “꼬레아 우레”(한국 만세)라는 청년의 외침도 들렸다. 그 청년은 31세의 조선의 ‘안중근’이었고 그가 처단한 사람은 동양 삼국과 아시아를 쥐락펴락 하던 욱일승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이었다. 조선과 명나라를 집어 삼키려던 ‘토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조선, 청나라, 러시아, 나아가 아시아를 손아귀에 넣으려던 거물이 척결된 것이다. 일본과 조선의 가치로 상징되는 노회한 ‘이또 히로부미’와 피 끓는 안중근의 가치가 부딪친 결과이다.

‘안중근’은 1879년 황해도 해주에서 진사 ‘안태훈’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보다 3년 전, 역시 황해도 해주에서 ‘김구’가 태어난다. 이들은 안중근이 16세 되는 해, 잠시 만난다. 안중근의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김구가 그 집에서 은신하였기 때문이다. 아기 접주로 유명한 동학의 김구와 그들을 토벌하려는 안태훈의 사이에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비밀협약이 있었다. 비록 적장이기는 하나 청년 김구의 사람됨을 높이 평가한 안태훈이 미리 연통을 놓아 김구를 살린 것이다. 그때 김구는 안중근을 “똠방 총의 백발백중 명사수이고, 잡은 짐승들을 이웃에 나누어주는 호쾌한 젊은이”로 표현하고 있다.

안중근께서는 거사일로부터 다섯 달 뒤인 다음해 3월 26일 오전 10시, 뤼순감옥에서 순국하신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형을 집행한 일본제국주에게 중요한 가치는 ‘협량한 복수 질’뿐이었다. 김구와 안중근의 인연은 어어 진다. 안중근의 아들 ‘안준생’이 일제에 의해 교묘하게 이용당하면서 민족적 가치를 훼손하자 보다 못한 김구가 살해 명령을 내린 것이다. 아버지의 ‘독립’이라는 절체절명의 가치가 아들에 의해 훼손 된 것으로 판단 한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거룩한 의거로부터 107년이 지난 지금의 나라는 국민에게 묻고 있다.

“너는 너의 목숨을 기꺼이 버릴만한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세월 호에 이어 사고를 낸 버스 운전사가 자기만 먼저 빠져나와 아까운 인명이 또 손상되었다. 유력한 야권 대선 후보자는 북한과 내통했다며 지적당하자 아니라고 강변한다. 명예로운 이화대학교가 ‘최순실 모녀’에게 농락당했다며 총장이 사퇴했다. 최순실이 정부를 쥐고 흔들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여당마저 ‘대통령은 책임지라’고 한다. 급기자 대통령이 황급히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삼성의 대규모 핸드폰 리콜 사태와 현대자동차의 파업, 최장기 파업일수를 갱신중인 철도 노조의 행태에 이어 존경받는 예술가들은 성 추문에 휩싸인다. 북핵은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 국론은 마냥 분열 되고만 있다. 드디어 미국은 우리를 제외하고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였다. 국민의 사기는 저하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국민의 사기가 보이는 나라의 생존을 이끄는 법이다. 우리나라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대다수 국민은 분하고, 원통하고 참담하여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첫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났다. 서리가 내리면 곧 ‘동지섣달’이 다가온다. ‘동지섣달’은 땅속에서는 이미 생명이 서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도 춥다고 웅크리지만 말고 떨쳐 일어나야 한다.

정지되면 퇴보하고 퇴보하면 쓰러지는 것은 개인도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부디 하나 되어 집안을 정돈하고, 북핵을 해결하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자. 중요하지 않은 가치들은 무서리 앞에 덤불 사그라지듯 사그리 날려버리자. 입동추위를 넘어 ‘동지섣달’을 향하여 다시 힘차게 나가자!

먼저 국민 각자, 각자 두 손 모아 자신에게 물어보자. 서릿발처럼 물어보자.

“정말, 뭣이 중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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