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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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06.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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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빈/시인
얼마 전 지인과 영화관을 찾았다. 필자는 평소 인터넷을 통해 영화정보를 자주 접한다. 개봉영화와 영화 평론가들의 글을 검색하거나 개봉예정 영화 중 기대될만한 작품을 점찍어 두었다 보곤 한다. 그날은 그런 정보와 관계없이 끌리는 영화가 있으면 보자는 즉흥적 제안이었다.

요즘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우리 영화 ‘써니’를 보자 하니 대뜸“나는 한국영화 보기 싫어! 헐리웃보자.”한다. 필자는, 어정쩡한 헐리웃보다 잘 만든 우리 영화가 훨씬 낫다고 했다. 그러자 “아, 난 무조건 싫어. 한국영화는 안 봐”라며 완강히 거부한다. 우리 영화의 발전과 좋은 작품들을 얘기하며 생각을 바꾸라는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 결국 볼만한 외국영화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우리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돈이 아깝다’란 말, 많이 했고 또한 들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던 경험이 있으니까. 그 불신은 40세 이상의 세대들에 강하다.  열악하고 조악한 우리 영화의 역사와 함께 해온 까닭이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몇 년 사이 급격하게 발전을 해왔다.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영화제 수상들이 그 실례이다. 그중 2007년에 개봉되어 큰 이슈가 되었던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필자에게 많은 여운을 남긴 영화다. 칸영화제 주연상을 받은 전도연의 감동연기와, 몇몇 대사와 장면은 지금도 생생하다.

신애(전도연)는 아들을 유괴당해 잃고 가까스로 종교에 귀의하여 고통을 극복해간다. 급기야 살해범마저 용서하려고 교도소를 찾는다. 면회실 유리창 너머의 범인은 말한다. “하나님이 저를 용서해주셨어요. 저는 이제 구원을 받았어요.”라고. 신애의 충격과 혼란을 이창동은 말로 하지 않았다. 목사의 설교에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란 노래를 크게 트는 것으로, 모범의 전형으로 살아가는 교회 장로와 몸을 섞는 것으로 말한다. 살해범을 용서해준 신에게.

헐리웃의 첨단기법이 동원된 블록버스터 대작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우리 영화는 많다. 잔잔하지만 삶의 깊은 사유와 철학을 이야기하고, 아름다운 우리 사계를 거짓 없는 촬영 기술로 담아내고 영화의 미적 감각 미장센 역시 뛰어난 작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외면을 당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한 해에 수백 편씩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 중 수작은 몇 편에 불과하다. 이는 영화계가 반성할 일이다.

예술은 보는 이의 안목이 크다. 해외에서 수상을 거듭하는 감독의 영화들을 놓치지 않고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우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우리 영화에 대한 불신이 무조건적이라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긍정과 인정 그 다음, 비판으로 이어지는 세련된 관객의 자세가 질 높은 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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