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지도자의 몸가짐
칼럼-지도자의 몸가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0.31 17:28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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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지도자의 몸가짐


중국 고대 은(BC1700∼1027)나라의 왕 무정(武丁:고종)은 아버지(小乙) 왕의 상(喪)을 당해 3년 상을 치른 후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냈다. 답답해하던 신하들이 왕에게 말을 하라고 종용하자 무정은 말을 했다. “하늘은 내게 온 세상을 바로잡게 하셨으나 내 덕이 훌륭하지 못함을 두려워하여 말을 하지 않았소. 그런데 지난 밤 꿈에 하늘이 훌륭한 재상감을 내려주셨소. 그가 나를 대신하여 말하게 될 것이오”왕은 꿈에 본 그 형상을 그리게 하고 그 형상대로 생긴 사람을 찾으라고 명했다. 마침내 부암(傅巖)땅 들에서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을 찾았으니 그가 천하의 명재상으로 역사에 길이 남는 부열(傅說)이었다. 왕은 부열을 재상으로 임명한다. “아침저녁으로 가르침을 올리어 나의 덕을 도와주오. 내가 만일 쇠라면 당신은 숫돌이 되어 잘 갈아서 날카롭게 하여 주오… 만일 큰 가뭄이 드는 해처럼 심한 재난이 나라에 닥친다면 나는 당신을 단비(임우:瀮雨)로 삼아 이를 해결하려 하오”이에 부열은 왕에게 처음으로 간한다. “나무는 먹줄을 쳐서 다듬으면 곧 바르게 되고 임금은 신하의 간(諫)하는 말을 들으면 거룩한 임금이 됩니다. 거룩한 임금이 되시면 명령하지 않을지라도 신하들이 임금의 뜻을 떠받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누가 감히 바르고 위대하고 아름다운 임금의 명령을 공경하고 따르지 않겠습니까?”

부열은 계속해서 왕에게 간한다. “말을 함부로 하면 수치스러운 일을 당할 뿐이고, 무기와 군사를 함부로 다루면 전쟁을 일으킬 따름입니다. 나라가 잘 다스려지느냐 잘 못 다스려지느냐 함은, 오직 관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관리를 등용할 때에는 사사로운 친분을 생각하지 마시고 오직 그 능력에 따라 등용하십시오. 벼슬을 내리실 때에는 못된 덕을 가진 사람에게 내리지 마시고 어진 이들에게 내리십시오. 스스로 자기만이 선하다 하는 이는 선을 잃을 것이요, 스스로 자기 능력을 자랑하는 이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할 것입니다. 일이란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행하기가 힘든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께서는 정성을 다하신다면 실행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이 부열이 임금께 바른 말을 사뢰지 못한다면 임금의 허물에 대하여 제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할 줄 압니다”라고 했다.

부열은 왕의 절대적인 신임을 안고 있었지만 그에 비례해서 왕의 잘못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지적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고종 무정은 다시 “재상은 왕이 단 술을 만들려 할 때 누룩이 되고, 맛있는 국을 끓이려 할 때에 소금이나 초가 되어 간을 맞추도록 해 주시오”라고 당부한다. 부열로 인해 은나라는 신하들이 왕의 잘못을 기탄없이 아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쇠락의 길을 가던 은나라는 이때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 부열은 다시 한 번 왕에게 강조한다. “사람이란 남의 말을 많이 듣는다면 무슨 일이고 이루게 될 것이고, 옛날 교훈을 배우면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일을 할 때에 옛날 일을 스승으로 삼지 않고도 영원토록 번영할 수 있다는 말을 저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은나라를 다시 일으킨 명재상 부열은 이렇게 임금의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으로 신하들의 말을 잘 들을 것을 당부한다.

부열과 무정왕의 대화가 담긴 상서를 정리해 ‘서경(書經)’〈열명(說名)〉편에 담은 공자는 이처럼 재상 부열의 말을 통해 바람직한 군주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가 무엇인지를 설파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천 5백 년 전의 일이다. 바라건대 무정같은 왕과 부열 같은 재상이 이 시대에는 정녕 없는 것인가?

필자는 평소 대통령 박근혜보다도 인간 박근혜, 여성 박근혜에게 끝없는 신뢰와 연민을 보냈었다. 자식 놈들이 가끔 대통령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국민 된 예의가 아니다. 박근혜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너희들은 아직도 박근혜를 잘 몰라”라고 나무라기도 했었다. 지난 25일 그것도 자기 아버지 제삿날 국민들께 고개를 숙이면서 사과라고 한 궤변이 정말 가관이다. 연설문을 최순실 이라는 그런 여인에게 물어보고 자문을 구했다면 청와대 참모들과 각료들은 모두가 허수아비란 말인가? 그 여인이 그렇게도 실력이 있고 신뢰가 간다면 각료나 참모로 기용해서 쓰면 될 것을 왜 그렇게 했을까? 자식 놈들에게 할 말이 없다. 지하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어난다면 “네 이 × 내가 그렇게 가르쳤더냐?”라고 호통을 쳤을 것이다.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양식이 이것밖에 되지 않았던가? 허탈하고 참담할 따름이다. 근혜씨 순실이 한테 물어보고 결단을 내리시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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