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귀소본능(歸巢本能)
진주성-귀소본능(歸巢本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1 18:17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
 

윤기식/진주문화원 회원-귀소본능(歸巢本能)


인간은 귀소본능을 소유한 동물로 어릴적 추억을 거울처럼 가슴에 간직하고 때때로 생각에 잠긴다. 묻어있는 세월의 먼지를 옷깃으로 닦아내고 흐릿해진 눈망울로 바라보는 모습은 인간 그 자체이다. 그 거울속에는 누군가 생각에 잠길때가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생각, 뛰어놀던 형제가 있으며 친구도 있다.

향기로운 흙냄새 아름다운 추억 조상이 누워있는 동산 동구어귀에 있는 숲도 생각이 난다.

우리의 삶을 정감있게 만들어 주는 명절은 이렇듯 우리속에 내재되어 있다.

즉 귀소본능을 일깨워 준다. 문득 세월의 수레바퀴를 정지시키고 품속의 거울을 꺼내 닦아볼 수 있도록 해주는 까치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명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명절이 오면 어디로 떠나는 것이다. 해마다 이어지는 민족의 대이동은 겨울을 피해 떠나갔던 철새들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과 다름아니다. 대도시에서 시골로 향하는 귀향길손들의 행렬은 그래서 더욱 장엄하다. 어찌 그곳에 만감이 없겠는가 작지만 소중히 마련했을 선물 꾸러미며 그리운 얼굴들을 부등킬 거친 손들이 있을 것이다. 가슴 가득히 추억을 안고 환하게 미소지을 순간을 기대하며 그들은 달리고 또 달려간다.

그러나 부러진 날개를 소유한 이들은 날지 못하리라 찾아갈 고향을 잃은 사람들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 갈곳은 있어도 반겨줄이가 없는 사람들 그저 가슴에 품고 있는 거울을 꺼내 하염없이 닦아내고 있을 뿐인 그들의 가슴에 젖어드는 귀소본능은 어찌한단 말인가.

떠나는 자와 떠나지 못하는 자 사이에는 또 하나의 쓸쓸함이 있다.

수레바퀴 밑에서 잠시 추억의 거울을 꺼내 잔잔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아련한 명절이 지나간 것이다.

동물도 귀소성이 있다. 비둘기 개 개미 벌 등 일정한 둥지나 집에서 멀리 다른 곳으로 갔다가도 이내 뒤돌아오는 본능 귀가성이 있다.

물고기의 습성의 한가지로 귀원성(歸原性)이 있다. 민물에서 깨어난 물고기가 바다에 가서 자라 다시 민물로 와서 알을 낳고, 바다에서 깨어난 물고기가 민물에서 자란 뒤 다시 바다로 가서 알을 낳는 습성 등 물고기의 종류가 많이 있다. 북쪽 원나라에서 날아온 새들은 북쪽을 향한 가지에 둥지를 틀고 언제나 북쪽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고 한다.

여우도 죽을때 머리를 살던 굴뚝쪽으로 둔다고 했고 대개는 실향이 된다.

어릴적 느티나무 밑에 놀던 동산, 옛 언덕과 뒷산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되니 말이다. 수몰된 옛 마을처럼 피라미와 가재 잡던 고향이 그립다. 조상과 친구가 있는 정든 곳으로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곳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