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불의 앞에서의 침묵은 올바른 삶도, 고귀한 인격의 구현도 아니다
칼럼-불의 앞에서의 침묵은 올바른 삶도, 고귀한 인격의 구현도 아니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08 18:1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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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불의 앞에서의 침묵은 올바른 삶도, 고귀한 인격의 구현도 아니다


우리 선조들은 콩을 심을 때도 세 알씩 심었다. 한 알은 날짐승, 한 알은 땅속의 벌레, 한 알은 가꾸어서 사람이 먹도록 배려한 것이다. 과일수학 할 때도 하나를 까치밥으로 남겨주었고, 음식을 먹을 때는 ‘고수레’ 하면서 약간의 음식을 미물들을 위해 던져주었다.

이렇게 공존의 삶을 지향하며, 내가 바라는 바를 먼저 상대에게 베풀었다. 다른 생명체라 하여 가혹한 행위를 하면, 온갖 고통으로 되돌아온다. 항상 공존의 삶을 추구해나가자.

특히 상대가 사람이라면 동등한 존엄을 행동으로 옮겨야한다. 사람은 상대로부터 사랑과 친절, 보살핌을 받을 때 행복한 마음의 평화가 온다. 제 얼굴 제가 못 보듯이 자신의 허물은 자기가 잘 모른 것이 사람이다. 약한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어야한다.

지도자들 중에는 훌륭한 분도 있고, 실망스러운 분도 있지만, 그들을 탓하기 전에 ‘나’만이라도 국법을 준수하며 살아가야한다. 억압과 탄압이 있는 곳엔 평화도 안정도 없다.

모든 사람은 동일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남들을 도와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욕망 앞에서 의식은 무력하여, 옹졸하고 인색한 사람은 제 못 쓰는 것도 남 주기 싫어한다. 어떤 대상이나, 돈과 권력에 집착하면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잠재의식에 욕망이 고착되면 병적인 집착으로 의식으로도 어쩔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모든 삶이 그 집착에 함몰된다. 그러한 집착 때문에 우리사회가 야생동물 천국인 정글보다도 험악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공정한 기회와 경쟁이 민주주의 시장경제 원리라면서도, 우리사회는 돈도 능력, 권력도 능력이란 사고 때문에 불공정한 사회가 되어버렸다.

제 버릇 개 줄 수 없어, 어떤 사람도 한번 나쁜 버릇에 물들면 쉽게 고쳐지기 어렵다.

대놓고 때리는 것보다 은밀한 왕따는 더 비열하고 잔인한 폭력이다. 출생 시부터 갑을 계급이 고착되어 가고 있는데 아무리 입으로 평등을 외쳐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지도자들은 한국경제가 붕괴수준이란 심각성을 알아야한다. 자손들이 많고, 그 자손들이 왕성하여야 집안이 일어서는 법이다. 그런데 아이들 양육이 힘들어서 애기를 낳지 않는다면 국가의 미래가 어찌 되겠는가. 생존의 절박함이 삶을 압박하고 있다. 어떤 사람도 안 먹고는 살 수 없다. 빈부격차에 숨이 막혀 자유로운 삶에 대한 성찰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 세상 어떤 민족도 유치원 때부터 명문대와 대기업 입사를 위해 공부 경쟁에 맹목적으로 돌진하지 않는다. 모두 다 이를 악물고 그 길을 향해 뛰어가니까 무조건 따라서 쫒아가는 꼴이 되었다. 착각하지 말자. 우리가 앞만 보고 달려간 결과가 과연 무엇을 낳았는가.

잠시 멈춰서보자. 그러한 경쟁의 결과 예의도, 의리도, 공존도 없는 개인주의만 양산되었다. 우리나라의 더 큰 문제는 ‘어른이 없다’는 것이다. 거미는 작아도 줄만 잘 치고, 제비는 작아도 강남만 잘 가는데, 사회갈등을 조정해야할 지혜와 식견을 가진 어른들은 침묵하지 말고, 만인이 공존의 삶을 추구해나가도록 앞장서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제집에서 잘하는 이는 밖에 나가서도 잘하는 법이다. 반대의견 자들의 비난을 겁내지 말기 바란다.

‘어른’이 없는 나라, 백성들은 갈 길 잃고, 표류중이다. 오늘의 국가적 위기 앞에 사회원로들은 침묵을 깨고 나서달라. 불의 앞에서의 침묵은 올바른 삶도 아니고, 고귀한 인격의 구현도 아니다. 위풍당당한 기가 느껴지도록 식견 있는 원로들이 시비를 잘 가려 국가적 위기를 모면할 조정자 역할을 해주어 우리사회가 더욱 밝아지고 아름다워지길 기대한다.

그러한 삶이 훨씬 고귀한 삶이고, 국가미래를 위한 참다운 인격의 구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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