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전'의 허(虛)와 실(實)
'좌전'의 허(虛)와 실(實)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2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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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웅/한국국제대학교 석좌교수
지리산막걸리 학교 교장
우선 단적으로 좌전의 단점을 기술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그 체재를 오로지 ‘표’에 국한한 것이 좋지 않다. ‘표’를 쓰는 방법이 진실로 매우 좋은 방법이고 고동고의 책의 각 표는 그가 고심하여 작성한 것으로 우리를 탄복시키는 점이 매우 많다. 그러나 역시 표의 형식을 써서 정리할 수 없는 허다한 자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고씨는 자기의 저서를 ‘표’라고 불렀기 때문에 부득불 표로 작성할 수 있는 자료에 국한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우리들이 계속 연구하려면 모름지기 그 의도와 이용범위를 더욱 넓혀가는 방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표로 만든 것이 정치분야에 치우쳐 있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좌전’은 본래 정치사에 속하므로 정치에 관한 표가 많이 있는 것은 물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치 이회의 상황으로써 ‘표’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은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보충되어야 할 점이라고 하겠다.

셋째는 석경어(釋經語)(춘추경을 해석한 말)를 많이 표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좌씨가 ‘좌전’를 전하지 않았다’ (左氏不傳春秋)는 것이 우리들의 확신이므로 지금 유흠의 ‘인전석경’한 말에 대하여 그 의례(義例)를 연구하는 것은 다만 정력낭비일 뿐만 아니라 ‘좌전’의 대지(大旨)를 더욱 혼란시키는 데 불과 한 것이다.
이 세 가지 점은 고동고(顧東高)의 저서에 대하여 수정하거나 증보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방법에 관해서는 사실 나쁘게 말할 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차후 많은 학자들이 그의 방침을 좇아 더욱 큰 성과를 얻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마기(馬驥)의 ‘좌전사위(左傳事緯)’, 고사기(高士奇)의 ‘좌전기사본말’은 다 원추(袁樞)가 ‘자치통감’을 연구한 예에 따른 것으로 어떠한 사건의 자초지종을 편년체로 정리한 것이니 이 또한 좌씨전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그 구분한 사항들이 혹시 너무 자세하고 자질구레해서 튼 것을 도리어 쪼개고 놓친 수가 있었으니 학자가 만을 이 방법을 쓰더라도 자기 자신의 규격을 가지고 취사재량하면 얻는 바가 더욱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들이 오늘날 ‘좌전’을 연구하는 데에는 사회학적 안목으로써 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한 나라 한 사건의 흥망득실을 꼬치꼬치 캐내는데 전력을 쏟을 것이 아니라 주의를 전체 사회의 공동현상에 더 많이 돌리는 것이다. 가령 당시의 귀족계급은 어떠한 방법으로 교육을 받았는가, 어떠한 종류의 교육을 받았는가, 또는 당시의 귀족정치의 합의제도는 어떠한 것인가, 그 정권수수의 절차는 어떠한 것인가, 당시의 지방행정 상황은 어떠한가, 당시의 국제교섭의 법례는 어떠한가, 당시의 재산소유권과 그 상속방법과 그 후 시대와의 이동(異同)은 어떠한가, 당시의 혼인제도와 그 후 시대와의 이동은 어떠한가, 당시의 사람들은 자연계의 배변에 대하여 어떠한 관념을 가졌는가 등등, 이와 같은 제목들 가운데에서 수시로 특별히 연구하고자 하는 문제를 설정하여 전서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자료가 대강 수집되면 이를 비교정리하여 하나의 일정한 결론을 얻어내는 것이다. 이럴 때 연구된 것이 수십 문제 쌍이면 한 시대의 사회상태의 자취를 대략 엿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들이 역사를 연구할 때에 왕왕 직접 문자로 언급되지 않은 가운데에서 찾아내야 할 문제들이 있다. 가령 예를 들어서, 춘추시대에 이미 금속화폐가 통용되었는가 아닌가, 춘추시대에 정전제도(井田制度)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춘추시대에 철기가 사용되었는가 아닌가, 춘추시대에 귀족정치를 행하지 않은 국가가 있었는가 없었는가 등등, 이러한 문제들에 유의해서 찾아간다면 또한 어떠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니, 만약 증거로 삼을 만한 자료가 아주 부족 하거나 절무(絶無)할 때에는 부정의 단안을 내릴 것이요, 또 반대로 긍정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고대사를 연구하는 하나의 재미라고 하겠다.
이상 말한 바는 모두 역사가들이 채용해야 할 일반적 방법으로서 어떤 역사서를 읽든지간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며 비단 ‘좌전’에 한 하지 않는다. 다만 ‘좌전’은 이미 최고의 사서이며 또한 그 내용이 풍부하고 취재가 비교적 쉬우므로 그것에 먼저 손을 대면 가장 쉽게 역사연구에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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