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입니까
가족입니까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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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갑례/창원 명서중학교 사서
경남 학교도서관 연구회 회원
쌀쌀해진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추운 겨울을 몸으로 마음으로 느끼게 되는 이맘때는 따뜻한 집, 가족의 품이 더욱 그리워진다. 우리의 맘속에는 언제나 나를 반겨주고 신뢰하고 따뜻하다고 새겨져 있는 가족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 어른들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족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을 뿐 알려고 노력 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점점 핵가족화 되는 사회에서 가족 간의 소통도 없어져가고 그로 인한 가족 간의 불화가 늘어가는 것 같다.

바람 단편집 ‘가족입니까’는 네 편의 단편으로 이뤄진, 네 편이지만 각각의 독립된 내용들이 하나의 주제를 다루는 피카레스크식 구성을 지닌 책이다. 네 명의 다른 작가가 가족을 주제로 엄마, 아빠, 아들, 딸의 입장에서 쓴 단편을 보면 평소에는 생각해 보지 않았던 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최신형 핸드폰 광고 때문에 만난 4명의 구성원 공예린, 안지나, 김재형, 박동화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공예린은 연기지망생이다. 자신의 꿈인지 엄마의 꿈인지도 모르고 엄마의 열성으로 이리저리 끌려 다니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한발 내딛고 싶어하는 고등학생이다. 안지나는 광고회사의 노처녀 팀장이다. 홀어머니에게는 쌀쌀맞고 무뚝뚝하며 가끔은 전화도 귀찮아하며 받지 않는다. 김재형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쌍둥이 형과 비교 당하면서 사는 중학생이다. 휴대폰 요금 때문에 엄마가 휴대폰을 변기에 빠뜨린 후 가출을 해버린다. 박동화는 딸이 가족보다 친구에 더 신경쓰는 게 서운하고 사회생활의 재미를 가진 아내에게도 서운해 하는 40대의 쓸쓸한 가장이다.

이 책을 읽고 우리학교 3학년 학생 30명을 대상으로 창원도서관 협력 ‘북 콘서트-책 읽는 밤’이 열렸다. 가족에 대한 정의 내리기, 독서퀴즈, 모서리게임으로 토론하기, 모둠별 활동으로는 뇌구조그리기, ?노래 개사하기,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광고 만들기 등 아주 재미난 행사였다. 가족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조리있게 토론하는 모습도 평소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그중 아이들이 내린 가족의 정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족은 스케치북이다.(구소현) 빈 스케치북에 그려넣어 채워넣어 완성되어 가듯 가족도 처음엔 백지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점점 추억들을 채워 나가기 때문이다. 도중에 그리다가 찢어질 수도 있으나, 잘 그려나간다면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농장이다.(김동언) 가족의 분위기 화목함, 다정함 등은 가족 모두가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바늘이다. (권순기) 필요 있을 땐 유용하지만 찔리면 아프다.

가족은 행복과 동시에 아픔을 주는 존재다.(김난희) 가족이라는 타이틀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로 짜증내고 신경질내고 심지어 무관심 등 아픔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족은 숲이다. (이유진) 숲이 산소를 만들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가족들도 우리가 잘 되도록 이끌어주며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숲이 휴양림으로 우리를 편안하게 해주듯 가족도 우리에게 편안하고 포근한 안식처가 되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마음이 크고 깊다.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마냥 어리게만 보고 내가 보살펴줘야 할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어른 말을 들어야한다고 외치는 어른들. 어른들은 아이들에 대한 믿음과 지켜볼 수 있는 마음만 있으면 될 것이다.

“엄마, 나 좀 그냥 놔둬요. 나도 할 수 있다고요. 엄마는 내가 엄마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줄 알지만 아니라고요. 엄마가 내손 내발 내 생각 다 묶어 놓고 있었다고요. 내가 소질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가 판단하도록 놔둬요. 그럼 엄마는 소질 없는 애 끌고 다니느라 힘든 걸 참을 필요 없고, 나는 가족들이 참는 걸 미안해할 필요도 없잖아요. 제발, 엄마!!” 책 속 공예린이 하는 말이다. 소통하지 않고 일방통행만 하는 지금의 부모들이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문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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