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고향 선배 고소한 후배 언론인에게 드리는 글
현장에서-고향 선배 고소한 후배 언론인에게 드리는 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13 18:20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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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고향 선배 고소한 후배 언론인에게 드리는 글


필자는 도시에서 귀향해 입시학원을 경영하며 경남지역 한 신문사의 객원기자로 겸업하다가 2012년 초 창원에서 전업기자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기레기가 되지 말자’는 신조를 잊지 않아선지, 비리나 결정적인 오보, 송사 등에 휘말린 적이 없음에 감사하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함양군민상 의혹에 대한 논란을 전하는 기사와 칼럼을 9월 26일, 27일 연속으로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11월 초 의혹의 중심에 선 J주간지의 C대표가 이 기사에 대해 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주변에서 어이없다는 반응들이었지만 일단 조사에 응했습니다.

고소 요지는 ‘이 기사는 관련 취재를 거의 거치지 않아 100% 사실이 아니다, 후보에서 탈락한 재외향우 A씨의 측근의 말만 듣고 기자가 추측 또는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등으로 보여집니다.

처음에 필자는 군민상 관련 논란과 의혹이 심하다는 제보와 소문을 접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지난 9월 22일 먼저 함양군 담당부서인 행정과에 전화로 ▲9일날 군민상 수상자가 선정됐는데도 공식 보도자료가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 ▲심사위원 구성 ▲J주간지에만 자료를 제공한 이유 등에 대해 질문했고, 담당자는 말을 극히 아꼈습니다. 그는 “심사위원을 밝힐 수 없다”며, 위원장에 대해서도 주저하다가 나중에야 밝혔습니다.

심사위원을 모르니 취재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한 지역인사와 통화하는 중에 자기가 심사위원이라며 내막을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요지는 “3분의 2 이상의 참석과 찬성에 의해 수상자가 선정되는데, 이경신 회장 외에는 3분의 2 이상이 안 나와 탈락했다”는 원론적인 설명이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이 누군지 알 수도 없었지만, 안다 해도 그들의 입에선 더 이상의 말은 나오기 힘들어보였습니다.

외부 입김이나 사전 조율, 교감 등이 없이 심사위원 개개인의 소신에 의한 비밀투표로 수상자가 선정된다면, 군수가 어떻게 그리 몇 달 전부터 상을 주겠다고 장담할 수가 있었는지, 또 군수가 그리 장담과 확언을 했는데도 탈락한 이유는 뭔지, 누가 봐도 의문이 일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었습니다.

재외 향우 A씨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그의 측근과 통화가 됐고, 그로부터 상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군수가 A씨에게 군민상을 주겠다는 약속을 처음 할 때부터 직접 대리 또는 관여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내막을 소상히 알고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필자는 심사위원으로 있다가 통보도 없이 해촉됐다는 모 군의원도 취재했고, A씨와는 9월 26일 첫 번째 기사가 나가고 난 뒤 통화가 됐습니다.

필자의 기사엔 이번 사태 관련자들의 목소리가 곳곳에 인용돼 있고, 지면 관계상 싣지 못한 녹취 부분은 별도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실제 목소리는 원색적인 표현도 많았지만 최대한 정제해서 기사를 썼습니다. 그런데도 왜 별 취재도 없이 기사를 썼다고 강변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기사 내용 중에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먼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형사고발은 최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법 좋아하는 후배를 위해 관련 녹취록을 경찰서에 제출할 생각입니다.

이번 기사가 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건지, 발끈하며 바로 물어뜯는 걸 보니 여러 생각이 교차합니다. 안 그래도 든든한 뒷배를 토대로 여러 가지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는 J주간지는, 이번 형사고발의 결과에 상관없이 지역주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그것이 군수의 지시나 사전교감을 통해 이뤄진 거라면 비난은 배가되겠지요.

특혜와 비리로 점철된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 호를 좌초 위기로 몰아가고,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며 대통령 하야와 새누리당 해체를 외치고 있습니다. 함양 주민들도 일부 소수집단의 나눠먹기와 비리, ‘그들만의 리그’에 신물이 난 지 오랩니다.

언론은 강자와 불의의 갑질과 전횡을 성역 없이 지적하고 견제해서 사필귀정, 정의가 상식이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존재합니다. 비리와 편법이 갑이 되고, 법을 지키는 대다수 서민들은 ‘흙수저’, ‘개 돼지’로 매도당하는 오늘날 우리 사회. 언론이 강자와 야합하고 불의에 침묵한 결과가 어떤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오늘까지도 우리 모두 격렬히 체험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더불어 잘사는 함양을 염원하는 주민들을 위해, J주간지는 탄탄한 자본력을 반대파 길들이기보다 약자의 편에 서서 정론직필하는 언론의 길을 걷는 데 써주기 바랍니다. 고향의 미래를 걱정하는 한 언론인으로서 후배인 C대표와 그 신문사 임직원들에게 정중히 요청합니다.
박철/제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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