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만나고 싶은 총장(總長)
아침을열며-만나고 싶은 총장(總長)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14 18:44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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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박익열/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만나고 싶은 총장(總長)


참 난리도 이만한 난리도 없을 것이다. 서울 광화문에 앉아있고 서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벌떡 일어날 지경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들 난리들인지 알고 싶을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다면 흘러가는 정국(政局)을 보면서 한탄스러워서 지하에서조차 관련자들을 불러다가 혼쭐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떻게 아무런 직책도 없는 일개의 촌부(村婦)에 지나지 않는 사람이 국정농단(國定壟斷)으로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도 이해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촛불집회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필자가 있는 베트남 호치민에서도 ‘우리도 모여서 광화문의 민중궐기(民衆蹶起)에 동참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내의 최순실 사태의 추이(推移)에 초미(焦眉)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농단(壟斷)이라는 글자의 유래는 맹자(孟子) 공손추편(公孫丑篇)에 나오는 내용이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제(齊)나라 선왕(宣王)때 왕도정치(王道政治)의 뜻을 펼치기 위해 제나라에 머물렀던 맹자(孟子)가 뜻을 이루지 못하여 제나라를 떠나려하자 선왕이 높은 봉록(俸祿)을 줄테니 제나라를 떠나지 말아 달라고 제의했다. 이때 맹자가 이 제의를 거절하면서 “전하,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데도 봉록(俸祿)에 달라붙어서 ‘재물을 독차지(壟斷)할’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또한 ‘농단’은 ‘깍아세운 듯이 높이 솟아 있는 언덕’이라는 뜻인데 ‘재물을 독점하다’,  ‘이익을 독점한다’는 뜻으로 사용된 데는 다른 이야기도 있다. 먼 옛날 물물교환(物物交換)을 하던 시절에 교활(狡猾)한 사나이가 시장에 나타나 시장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 ‘높은 언덕(壟斷)’에 올라가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서 장사함으로써 ‘이익을 독점했다’고 하여 이때부터 비열한 수법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찌 되었든 광화문 지하에 있는 새겨진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다’는 세종대왕의 말씀처럼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지금 필자의 대학에서는 차기 총장(總長)을 선출하는 ‘총장 선출 과정’이 한참 진행 중이다. 정말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는 ‘총장 선출 과정’이니만큼 제대로 된 장(長)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 교직원과 동문 나아가 지역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바다. 우리는 지난 4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직전 총장과의 마찰 속에서 지내왔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는 원한다. 제발 의사 결정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 동료를 아끼고 가족같이 대하는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 위에서 군림(君臨)하지 않고 옆에서 같이 갈 수 있는 총장을 원한다. 이런 사람이어야 우리가 행복해진다. 마땅히 행복해야 한다. 구성원이 행복하면 지역사회도 더 나아가 나라가 행복해진다. 그 만큼 결정권자 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함이 절실히 느껴지는 씁쓸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세태(世態)다.

공자(公子)는 일찍이 이에 대하여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고 역설하였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며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며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장은 총장다워야 하며, 교수는 교수다워야 하며, 직원은 직원다워야 하며,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 이 뻔한 당연함에 당당한 자신이 되어야 한다. 총장이 결정되기까지 2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 동안 같은 동료로 수년을, 길게는 수십 년을 동거동락(同居同樂) 했더라도 반드시 꼼꼼히 살펴야 한다. 총장으로서의 지도력(leadership), 인품(人品), 자질(資質) 그리고 비전(vision)을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앞으로 마땅히 행복해야 하며, 행복해야할 자격이 있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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