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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어느 중학생의 일기(Ⅰ)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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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14  18: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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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어느 중학생의 일기(Ⅰ)

내일 모래 17일이 대입수능일이다. 그동안 우리 자녀들이 수능 때문에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필자가 입수한 어느 중학생의 일기가 학부모나 교육당국이나 정책당국자들에게 우리나라 교육정책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교훈이 되기에 2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오늘도 자살 사이트에 들어갔다. 나는 이 시간이 무지 겁나고 무시무시하다. 날마다 죽고 싶은 사람들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글들은 그냥 글이 아니다.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도 나고 피 냄새도 난다. 그리고 귀신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끔찍스러운데도 매일 안 들어오고는 견딜 수가 없다. 나도 죽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 들어오면 꽉 막히고 꽉 눌린 것 같은 답답함과 갑갑함이 좀 풀리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캄캄한 기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좀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것은 엄마지옥에서 벗어나는 길이 여기 있다. 여기 보이는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이 바로 그 길이다. 엄마는 죽어도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죽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맘에 맞는 사람 몇을 구하게 되면 그날이 내가 떠나는 날이다. 내가 죽으려고 하는 것은 나 때문이 아니라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무서운 독재자다. 히틀러처럼 인정사정없는 독재자다. 엄마는 나를 서울대학교에 넣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이다. 그래서 나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눈만 뜨면 공부! 공부! 공부! 를 외치며 윽박지르고 몰아댄다.

엄마는 나를 보기만 하면 쉴 새 없이 하는 말이 공부다. 엄마는 공부라는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같다. 빨리빨리 공부해! 더 공부해!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해! 딴 생각하지 말고 공부해! 벌써 공부다 했다구? 지금 공부하니? 공부밖에 믿을 게 없어. 공부 안하면 찌질이 쪼다 돼! 그러다 언제 공부할거니! 이 똑같은 말이 너무너무 지겹고 지긋지긋해 이제 미쳐버릴 것만 같다. 나는 그 미치고 환장할 것 같은 말을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듣기 시작했다. 그 소리는 학년이 바뀌는 것에 따라 점점 심해져 갔다. 중학생이 되면서 훨씬 더 심해지자 나는 엄마가 내 엄마 같지 않았고, 싫어지기 시작했다. 엄마에게 덤벼들고 싶었고, 마구 소리 질러대고 싶었고, 무엇이든 내던져 박살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아빠는 무지 기운이 셌다. 그리고 언제나 엄마 편이라서 무서웠다. 아빠는 팔씨름을 할 때 둘째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 두 개만으로 나를 거뜬히 이겨버렸다. 그런 주먹에 한 대 얻어걸리면 골로 갈 게 뻔한 일이었다.

엄마는 늘 서울대학교에 붙어야 한다. 그래야 인생길이 고속도로가 된다. 서울대학교만 나와 봐라. 세상사람 모두가 기죽고, 척척 알아준다. 그래야 쉽게 출세하고 큰 권세 잡는다. 엄마가 이런 말을 하고 또 하면서 내가 갈 대학을 서울대학교 법대로 딱 정해버린 것은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때부터 나는 엄마한테 목조이며 빡세게 공부해야만 했다. 엄마는 판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네가 판검사가 되면 누구 앞에서나 뻐길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되고, 부잣집 딸들이 줄을 서니까 저절로 부자가 되니 얼마나 좋으냐는 거였다. 나도 엄마 말대로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주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런데 나는 서울대학교를 들어갈 머리가 못 되었다. 엄마는 그 중요한 것을 모르고 혼자 신나서 헛꿈을 꾸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머리가 최상급인 애들만, 전두엽이 금수저인 애들만 갈 수 있는 대학이다. 키가 좀 작아도 달리기를 유난히 잘하는 애가 있고, 말소리는 별로인데 노래를 기똥차게 잘하는 애가 있다. 아무리 애를 써도 그런 애들은 당할 수 없다. 공부도 그렇다. 공부가 그냥 저절로 되는 애들이 있다. 영어 단어를 종이에 두 번, 세 번 쓰지 않고 그냥 똑바로 쳐다보고 있기만 해도 머리에 쏙쏙 들어가는 애들이 있다. 그런 애들은 머리 좋게 타고 나서 공부를 쉽게 잘하는 애들이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한다는 그런 애들은 한 반에 한두 명 정도씩 있다. 그 A급 애들이 서울대학교를 가는 것이다. 나는 B급 정도일 뿐이다. 엄마는 그걸 모른다. 내가 A급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고는 날마다 학원 뺑뺑이를 돌려댄다. 그러나 그것은 아까운 돈만 없애는 헛수고이고 바보짓이다. 엄마는 그걸 모르고 서울대학교, 서울대학교만 외쳐댄다. 다음호에 계속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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