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도올 선생님
아침을열며-도올 선생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15 18:22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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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도올 선생님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좀처럼 뵐 수 없었던 도올 김용옥 선생님을 어제 광화문에서 뵙다. 그 전에는 방송 매체에서 종종 선생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선생님은 여전하셨다. 여전히 명징하시고 올발랐다. “나는 학자기 때문에 이런 집회에는 잘 안 나오는데...또 오늘 무슨 얘기를 하기 위해 온 게 아니고 나도 많은 국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와서 있다가 하도 한 마디 하라해서 나왔는데” 하시며 말씀을 시작하셨다. 선생님은 먼저 주말에 광화문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칭찬하고 격려하셨다. 최고의 국민이라며 기뻐하셨다.

십오만 내지 십만 명이라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선생님이 말씀을 시작하자 조용해졌다. “여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어떤 특정한 정권을 바꾸기 위해, 또는 어떤 특정한 정당을 지지해서 모인 것이 아니라야 합니다. 이 모임은 위대한 모임이라야 합니다. 우리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원래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모든 잘못된 찌꺼기들을 확 쓸어버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나 자신을 혁명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회를 혁명해야 합니다. 국가를 혁명해야 합니다. 여태 우리의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방해한 모든 것을 싹 쓸어버리고 혁신하고 혁명해야 합니다. 그것이 대통령이라도 싹 쓸어버려야 합니다”

사람들은 함성과 박수로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를 표했다. 나는 진짜로 목이 따가워도 참고 함성을 지르고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도 신이 났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올바르고 더 좋은 삶을 위해 외치는 건 정말이지 언제나 감동이다. 언제나 신명나는 일이다. 하루 종일 거의 열두 시간을 쉬지 않고 일하다 참석한 것이라 발바닥까지 다 욱신거렸지만 그렇게 신날 수가 없던 것이다. 도올 선생님 말씀은 계속되고 모금함이 내 주변으로 왔다.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나는 나름대로 모금함에 넣을 돈도 꼭꼭 준비한다. 내 한몸 움직이는 데도 돈이 드는데 대규모 집회를 준비하자면 오죽할까. 모임을 준비하는 한 사람 차비라도 드리는 심정이었다. 적지만 내가 열심히 일해 번 돈이니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마음에 더 당당해졌다. 더 크게 외치고 박수를 쳤다.

“부패한 권력은 절대로 스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또한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리는 그 위대하고 성스로운 일은 국민 아닌 다른 누가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는 한 사람 개인일 때는 너무도 작고 사소한 힘이지만 모여서 서로 손을 잡으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위해한 힘이 되는 것입니다. 일주일 후에 분명히 이 자리에 다시 서겠습니다” 일주일 후라는 다짐을 세 번이나 반복 하고 도올 선생님이 무대에서 내려가셨다. 일주일 후?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웃었다. 일주일 후에는 국민의 힘을 모으는 최대 분수령이 될 날인 것이다.

평소에도 혁명이라는 말이 참 좋았다. 이제 도올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니 없던 용기까지 솟아난다. 중국의 정치가 쑨원은 또 이렇게 말했다. “혁명사업을 이루기 위해 어떤 일부터 시작하면 좋은가. 그것은 먼저 자신의 마음속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좋지 않은 사상과 습관, 성질, 야만성, 죄악성, 그리고 모든 불인불의한 성질을 죄다 없애야 합니다” 그까짓거, 내 인생이 행복해지고 진정 풍요로워진다는데 무슨 일을 못하겠는가. 그까짓 버럭버럭 화를 낸다거나 쓸데없이 욕지꺼리를 칙칙 한다거나 잘 되는 사람 보며 시샘하는 못된 내 자신의 성질머리부터 이제 죄다 싹 쓸어버려야겠다. 암, 싹 쓸어버리고 말고! 나는 분명히 알고는 있다. 내가 행복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더럽고 부패한 권력에 속기 위해 태어난 것이 절대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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