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이성
아침을열며-이성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1 18:11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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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이성


개인적인 일이지만 어쩌다보니 나는 삶의 적지 않은 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일본, 독일, 미국 등으로, 다 이른바 선진국이다. 거기서 살다보면 아주 자연스럽게 모든 것들을 한국과 비교하게 된다. 왜? 한국은 우리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이민이라도 떠나지 않는 한 우리는 여기서 우리의 삶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숙명인 한국이 저들과 같은 선진국이 되기를 너무나 간절히 바라곤 했다. 그건 아마 한국인 누구나의 염원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아직도 한참 멀어 보인다.

우리는 아직도 너무나 많은 후진적인 문제들로 신음하고 있다. 나는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 문제들, 그 병폐들의 핵심을 ‘불합리’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그 처방은 이미 자명해진다. ‘합리성’이다. ‘이성’의 기준에 합당하도록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사실 이 ‘이성’이란 것은 이른바 ‘서구’의 특산품이다. 저들은 바로 이것으로 오늘의 번영을 이루어냈다. 우리는 그것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우리가 이룩한 근대화라는 것도 곧 서구화였다. 이웃 일본은 처절한 노력으로 그것을 수행해 전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화를 이룩했다. 물론 우리의 성과도 만만치는 않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 그리고 아주 깊숙이 ‘서구’는 스며 있다. 특히, 거기서 수입된 물품들은 이제 차고도 넘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품목인 이성은 수입된 지가 이미 한참이건만 아직 제대로 된 판로를 찾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다. 나는 이것이 지금이라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불티나게 팔려 나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그래서 사회 모든 구석에 합리성이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사실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전국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우리는 불법 도로주차를 목격한다. 그것들로 인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것들은 심지어 구급차나 소방차의 통행도 가로막는다. 차가 다니자고 만든 도로인데 차가 다니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불합리’이다. 선진국들은 이것을 ‘합리적으로’ 해결했다. 이를테면 철저한 단속은 말할 것도 없고 애당초 주차장 증명서를 가져와야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주차장을 만들려면 내 집의 일부 공간을 줄여야 하고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게 싫은 것이다. 그러나 그 자기욕심을 양보한다면 사회 전체가 편리해진다. 그런 게 곧 합리성이다. 자동차회사와 교통부도 그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이런 것도 있다. 기업들에게 이른바 세무조사는 곧 공포다. 그러나 탈세가 없다면 두려울 게 없다. 탈세가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적발되면 추징금으로 더 큰 손해를 보게 된다. 적발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인 일반 국민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런 것이 ‘불합리’이다. 선진국들은 이것도 ‘합리적’으로 해결했다. 이를테면 기업 활동에 필수인 은행대출 때 반드시 납세실적을 요구하는 것이다. 납세실적이 좋으면 그만큼 대출조건도 유리해진다. 이런 것이 곧 ‘합리’인 것이다. 납세실적은 그렇게 마치 훈장처럼 평생을 따라다닌다.

이런 것들이 하나둘이 아니다. 합리가 불합리보다(혹은 정의가 부정부패보다) 유리한 경우의 수는 수천 수백이다. ‘건전한 이성’이 그것을 판별해준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게 안 되는 걸까. 진단은 간단하다. 욕망이다. 욕심이다. 특히 사리사욕이다. ‘나만’이라고 하는 자기본위다. 이기주의다. 바로 그게 선진사회로 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타인과 전체는 안중에 없다. 그래서 그것은 추악한 것이다. 그래서 이 사회에서는 부도 권력도 존경을 받지 못한다.

사회의 합리화 없이는 선진화가 불가능하다. 단언한다. 그래서 나는 지켜보고 있다. 언젠가 전국의 도로에서 불법 노변주차가 사라졌을 때, 기업들이 앞 다투어 세금을 많이 내려고 할 때, 공익기부를 하려고 할 때, 그때 비로소 나는 우리사회가 선진국이 되었음을 인정할 것이다. 아직 우리는 그 출발선에도 서지 못하고 있다.
이성이다. 이것이 열쇠다. 이 열쇠는 굳이 돈을 내고 살 필요도 없다. 우리 모두의 정신 속에 이미 깃들어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공평하게 배분되어 있는 것, 그것을 우리는 양식[즉 이성]이라 부른다” 데카르트의 말이다. 기억해두자. 그것을 꺼내 잘 쓰는 것, 그게 지금의 이 모든 문제들을 푸는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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