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마리앙통혜네뜨
아침을열며-마리앙통혜네뜨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9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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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마리앙통혜네뜨


마리앙똥혜네뜨는 왕의 딸이다. 즉 공주다. 마리앙똥혜네뜨 라는 이름은 그녀의 아버지가 생전에 하도 고집이 세고 말이 안 통한다고 지어준 별명이다. 그 아버지는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 너무 오래 왕의 자리에 앉아 있다보니 그의 신하가 보다못해 총을 쏘아 죽여서 백성들은 그의 손아귀에서 해방을 맞이하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먼저 이름 모를 사람이 쏜 총에 맞아 유명을 달리 했다. 그러니 그녀는 혼자가 되었다. 아래로 남동생과 여동생을 거느린 처녀로서 그녀는 정말이지 앞이 캄캄했다.

누구도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워낙에 왕의 딸로서의 생활만 하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없기도 했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감히 왕의 가족을 어떻게 위로할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냥 왕가의 일이려니 할 뿐이었다. 마리앙똥혜네뜨는(이하 마리)의 외로움은 깊어만 갔다. 게다가 아버지 마마가 너무 오래 백성을 지배하다 죽었다 보니 그녀를 향한 인심도 흉흉했다. 왕의 자리는 또한 아버지 마마의 신하가 차지해 있었다. 그녀가 왕이 될 수도 있는데. 섭섭했지만 내색하진 못했다. 자칫 잘못 내색했다간 아버지 마마처럼 머리에 총알이 박힐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던 중에 어떤 늙수그레한 남자로부터 편지가 오기 시작했다. 사실 그 남자는 어머니 마마가 살아계실 때부터 알고는 있었다. 어머니 마마가 생전에 멀리하라고 충고한 남자였다.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위문의 편지를 보내왔던 것이다. 참으로 정성스런 편지였다. 그녀의 마음을 속속들이 잘 알고 알뜰하게 위로해주었다. 그러나 멀리하라는 어머니 마마의 충고도 있었고 해서 잠자코 있었다. 편지가 쌓여가자 이제 편지가 안 오면 기다려지곤 했다. 그러던 차에 남자쪽에서 이번엔 한번만이라도 만나서 위로를 해주고 싶다고 청했다.

마리는 한번 얼굴을 마주한다고 집안이 망할까, 하는 생각으로 승낙을 했다. 처음 대면한 남자는 의외로 소탈하고 재미있었다. 그녀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만난지 두어 시간이 지나자 다른 약속이 있다며 남자는 홀연히 떠났다. 그녀는 갑자기 더 외로워지는 그 기분이 외려 의아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때 그녀는 그녀의 마음을 고백하고 더 자주 더 많은 시간을 내줄 것을 부탁했다. 남자는 목회자이기 때문에 시간을 늘리기는 좀처럼 어렵지만 그녀의 부탁이니 특별히 들어주었다.

마리는 어떻게 하면 남자를 더 자주 오게 할까 궁리를 하기까지 이르렀다. 아버지 마마와 어머니 마마가 남겨준 재산이 어마어마했기에 그녀는 남자에게 이 핑계 저 핑계로 돈을 듬뿍듬뿍 주었다. 남자는 처음엔 안 받겠다고 펄쩍 뛰었다. 그녀는 불쌍한 사람들을 돕는 데 쓰라고 통 사정을 헀다. 남자는 마지못해 받아가며 꼭 목회자로서 좋은 곳에 쓰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남자는 돈을 쓴 영수증을 챙겨와서 어디 어디 누구를 돕고 위로하기 위해 썼는지 그녀에게 꼭꼭 보고를 했다. 보고를 하는 남자는 진지하고도 부드러웠다. 또한 보람스런 표정이었다. 보고를 받는 그녀까지 뭔가 보람된 일을 한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남자가 하는 말과 몸짓 하나하나가 정이 갔다. 함께 있으면 여태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살아있는 희열이 느껴져 온 몸이 뜨거워졌다. 남자도 그 마음을 아는지 아주 부드럽게 그녀의 등을 쓰다듬었다.

그녀도 모르게 그의 품에 기대어 하염없이 울며 뜨거운 마음을 달랬다. 죽음보다 깊고 달콤한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르도록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몸을 한없이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어 주었다.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은 몸도 서서히 식었다. 그러면 남자는 그 다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리에게 말했다. “나의 여신님, 부디 몸과 마음을 소중히 하시고 정히 하소서! 나의 여신님은 보다 큰일을 하실 분입니다. 사사로운 일로 일희일비하지 마옵소서” 마리는 더욱 남자를 갈망하게 되었다.(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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