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관행은 만행이다”
기고-“관행은 만행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29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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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병무청장
 

박창명/병무청장-“관행은 만행이다”


우리는 누군가 또는 어디선가 잘못이 발견되면 “그것은 관행이었다”는 말로 불법을 합리화하려 한다. 관행은 선의의 관행조차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악행을 관행이라는 말로 포장하여 책임을 희석시키곤 한다.

공직자들에게 청렴의 표상으로 삼아야할 사람이 있다.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이다. 청렴에 대한 선생의 일화가 많은데 그중에 몇가지 사례를 들어 보고자 한다. 가인이 대법원장 재임시절 관용차의 운전기사가 추운 겨울날 가인의 손자를 학교에 태워준 일이 있다. 아마 그 시절 고위직 공무원의 경우 관용차를 사사로이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음에도 가인은 운전기사에게 “이 사람아! 이 차가 대법원장 차지 손자 차인가!”하고 나무랐다.

또 하나의 일화로 예나 지금이나 행정 관청에서는 연도말에 예산이 남으면 다른 명목을 붙여서라도 다 써버리지만 가인은 남은 예산을 고스란히 국고에 돌리곤 하였는데, “남의 원조로 예산을 짜서 쓰는 판에 우리가 아껴야지, 독립했다고 선포만 해놓으면 그것이 나라인가?”하고 호통을 치며 잘못된 관행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였다고 한다.

오늘날의 공직자들이 이러한 가인의 가르침을 얼마나 잘 따르고 있을까. 나쁜 관행에 대하여 얼마나 자각하고 있으며 이의 근절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을까 한번 진지하게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공직자가 청렴의 덕목을 준수하기 위한 급선무는 바로 나쁜 관행을 척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악습들 때문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발목이 잡혀 있는 모양새다.

가슴이 아프지만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어 보자.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의 선원들은 선박 출항 전 안전점검 시 제대로 확인조차 않고 모두 안전한 것처럼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선장이 작성해야 할 점검확인서를 3등 항해사가 대신 한 것은 물론, 안전점검을 하기도 전에 보고서부터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두가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 이러한 관행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가. 만약 관행을 쫓아가지 않고 컨테이너 결속상태만 제대로 점검했어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관행이 안전에 대한 위험성과 거짓에 대한 죄의식을 눌러버려 생긴 참사다.

청렴한 문화, 청렴한 제도를 아무리 외쳐도 관행과 악습이 남아있는 한 사상누각과 다름없다. 나는 이러한 악습과 관행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하여 다음 두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번째, 모든 행정을 투명하게 관리한다. 모든 행정절차나 요건,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여 청렴을 거스를 수 있는 단초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마치 투명한 유리그릇안의 유리구슬처럼 모든 상황과 절차를 관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잘못된 관행을 철저하게 노출시킴은 물론 부패개연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이러한 과정은 상급자와 하급자의 공감있는 지혜와 노력이 필수적이며 어느 한쪽이라도 소홀할 경우 행정의 투명성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두 번째로, 누구든지 아무리 작은 호의라도 대가여부와 상관없이 절대로 주지도 받지도 말아야 한다. 누군가로부터 무엇인가를 받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관행적 금품수수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금년도부터 청탁금지법이 발효되어 가액범위를 초과하는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는 금지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를 철저히 따르면 된다. 특히 이러한 법규가 일상화되고 공직문화를 터잡게 하기 위해서는 빵 한 조각, 음료수 한 잔이라도 바라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듯 모든 행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기반위에 모든 이들의 마음가짐을 바로 세우고 그 위에 조직문화와 제도를 완비한다면 비바람이 아무리 몰아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집이 될 것이며 청렴을 거스르는 나쁜 관행과 부정부패가 설자리는 없어진다. 마침 우리 병무청은 금년도에 익명신고시스템과 부패경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함으로써 제도를 보완하는 등 청렴시책을 강화하기 위하여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있다.

나의 소망은 병무청의 공직자들이 대한민국 전 공직자들에게 청렴의 표준이 되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이 병역의무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행정기관이 바로 병무청이다. 이들이 병무청 공직자들의 청렴함을 체험한 후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이 이들처럼 청렴할 것이라고 인식하게 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바람이 없다. 우리가 매일매일 청렴공직자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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