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경상남도 수목원
아침을열며-경상남도 수목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30 18:26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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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
 

김용진/하동 화개초 교장·시조시인·아동문학가-경상남도 수목원


지난 11월 13일쯤 이었다. 가을이 마지막 문턱에서서 겨울을 맞이하기 위하여 온 들녘을 수놓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낸 것 같았다. 나와 아내는 가끔 찾는 곳이 있다. 진주에서 그리 멀지 않는 반성수목원이다. 원래 이름은 경상남도 수목원이며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이 있는 곳이다. 봄부터 시작하여 겨울까지 온갖 수목들이 싹을 돋우고 잎을 키우고 꽃도 피우고 단풍잎으로 마무리하기까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함께 보고 느끼기 위해서 찾는 것이다.

그날도 아내와 나는 오후에 시간을 내어서 반성을 거쳐 수목원 입구에 다다랐다. 그런데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차량들이 길 옆에 줄지어 서 있었다. 엄청난 사람들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몇 년을 왔었지만 그렇게 많은 차량들이 바깥까지 주차를 시켜 놓은 것은 처음이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목원 내의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서 입구까지 갔다. 그런데 약간 늦은 시간인지라 나오는 차량들이 제법 있었다. 빈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 놓고 입장권을 입장권 판매기에서 뽑아 들어가니 방송에 5시까지 관람이라는 안내 방송이 있다. 11월부터 동절기 관람시간이라서 이다. 시간을 보니 4시쯤 되었다. 약 1시간의 관람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오늘 우리는 메타세콰이어를 보기 위해서 왔기 때문에 입구에서 동물원으로 가는 길로 향하였다. 벌써 메타세콰이어가 단풍이 들어 잎들을 땅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하지만 나란히 두 줄로 서 있는 모습이 정말 보기도 좋았다. 다 끝나는 지점에서 사람들도 약간 줄어든 것 같아 메타세콰이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동물원 옆 길로 해서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향하였다. 아래의 길 보다는 많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오르고 있었다. 전망대 있는 곳에 다다랐는데 우리는 전망대에 오르지 않았다. 전망대에 올라보면 여러 곳을 잘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수목원의 전망대에서는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주위의 나무들이 너무 자라서 탁 트인 공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올라 온 길과는 반댓길로 돌아서 대나무숲 옆으로 내려오자 사람들의 수가 더 줄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메타세콰이어는 더 보기가 좋게 줄을 서서 이어져 있다. 동물원 가는 길에 있는 메타세콰이어보다는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잘 자란 수목들이 수목원 입구에 거의 다가갈 때까지 줄을 서서 가을을 보내고 겨울을 맞는 아름다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메타세콰이어 하면 대표적으로 이름난 길인 전라도의 담양이나 순창의 여름철 청록에서 가을의 갈색빛으로 수 놓은 길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우리는 경남수목원의 메타세콰이어를 떠올리고 찾곤 한다. 그래서 그날도 메타세콰이어의 갈색 빛으로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는 모습을 보고자 찾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와 평화를 느끼고 보면서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이 사람들의 마음에 젖어들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의 한 모퉁이에서 이곳을 찾아 걷고 함께 뛰어놀면서 즐기는 것이, 자연과 함께 숨 쉬고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멀리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러 가는 것도 좋지만 가까이 있어 자주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수목원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의 한 부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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