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과 삼척을 이제 그만 괴롭혀요!
영덕과 삼척을 이제 그만 괴롭혀요!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1.12.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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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희/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
크리스마스와 연말로 한참 분위기가 들떠 있던 지난 23일, 한수원은 신규핵발전소 부지로 영덕과 삼척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1982년 정두환 정권이 삼척, 해남, 보성, 여천, 장흥, 고흥, 울진 등을 신규발전소 부지로 선정 한 이후 30년 만의 일입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가 발전소 신규 건설을 재검토하고, 가동 중인 발전소마저도 중단하는 마당에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영덕과 삼척 주민들 때문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번 신규발전소 건설로 이들 지역주민들이 매우 환영한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만, 제가 가서 만난 영덕 주민들은 참으로 분통해하고 답답해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영덕에서는 지난 1989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핵폐기장 건설이 시도된 이래 2002년과 2005년 무려 세 차례나 핵폐기장이 지어질 번한 경험이 있습니다. 1989년에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조차 유치장에 갇힐 정도로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일어났습니다. 2002년에도 영덕 군민들은 생업을 다 내팽개치고 핵폐기장을 막아냈습니다. 2005년에는 찬성률이 가장 높을 지역을 핵폐기장 건설지로 결정한다는 이상한 주민투표에서 겨우 핵폐기장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사이 지역주민들은 너무나 많은 고통 속에 살아야 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둘로 나눠져 지역주민 끼리 싸움을 해야 했음은 물론, 싸움이 끝난 뒤에도 그 상처와 갈등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지역의 주민들은 수 년 동안 아주 살얼음판을 걷는 듯 그렇게 살아야했습니다. 1989년 이후에는 핵폐기장에 찬성한 주민들이 죽은 듯이 살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2005년이 지나면서는 이제는 반대한 주민들이 죽은 듯이 살고 있습니다. 한수원이 20년이 넘게 주민들을 지역지원금으로 현혹하면서 지역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 바뀐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23일 영덕 핵발전소 부지선정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영덕은 환호의 분위기였다가 보다 침통함 그 자체였습니다.

한번 핵발전소나 핵폐기장 지역으로 거론이 되고나면 그 지역은 끊임없이 이 같은 일에 시달리게 됩니다. 삼척을 한번 볼까요? 삼척은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1982년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지정되었던 지역입니다. 삼척을 비롯해서 당시 핵발전소 신규부지로 지정되었던 모든 마을들이 수년간의 기나긴 싸움으로 1998년에 모두 백지화를 시켰습니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삼척 시내에 ‘원전 백지화 기념공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삼척의 싸움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2004년, 이번에는 정부가 아니라 삼척 시장이 핵폐기장 유치를 추진함으로 지역은 또 다시 갈등과 상처의 소용돌이에 말려들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이 지역에 핵발전소를 짓겠다고 한수원이 다시 선언을 하였습니다.

기껏 막아 냈더니 종목을 바꾸어 다시 들어오고, 그것도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냈더니 몇 년이 지나 또 다시 종목을 바꿔 다시 들어오려 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들 지역 주민들은 어디 주워온 국민마냥 한수원과 정부를 상대로 끊임없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수원과 정부는 이들 지역 주민들이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 떨어져 나갈 때까지 핵폐기장이며 핵발전소 건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는 지역주민의 요청과 희망에 따라서 이들 시설을 짓는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핵발전소며 핵폐기장으로 몸살을 앓아왔던 이들 지역은 다른 어촌이나 농촌 마을처럼 그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지역 발전 모델을 구상하기엔 너무나 많은 한계를 가집니다. 정부는 나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립정책을 계속 펴나가게 된다면, 아무리 강한 주민조직이 있더라도 나중에는 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정부의 편에 손들어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유치하는 것만이 이들 지역 주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것이 며칠 전 보도 된 영덕과 삼척 주민들이 ‘환호’를 보낸다는 환영의 본질입니다.

이렇게 잔인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무자비 할 수 없습니다. 영덕과 삼척이 어떤 지역인지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영덕과 삼척은 이미 그 차체만으로도 어느 지역에 못지않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지역입니다. 한수원과 정부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이들 지역은 대한민국의 어느 지역 못지않게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것입니다.

부산의 고리지역 주민들이 말 합니다. 만약 고리핵발전소만 없었더라면, 고리는 해운대에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아끼고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을 거라고요. 고리마을 주민들은 핵발전소가 계속 늘어나서 세 번이나 고향을 떠나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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