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언론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도민칼럼-언론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1.30 18:25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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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언론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


요즘, 소위 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아주 혼란스럽고, 박근혜 대통령의 입지가 말이 아니다. 벌써 몇 주째, 주말이면 전국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국회에서는 탄핵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민지지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필자는 지난 대선에서 역대 남성 대통령들 본인이나 가족, 측근들의 많은 잘못을 보아오면서, 그간의 정치 경륜과 여성대통령의 참신함을 기대하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그런데 이렇게 상식 밖의 많은 실정이 보도되면서 절망감과 함께 미움보다 분노가 치솟는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는 우리 정치인들이나 언론들의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요즘 언론 보도 특히 일부 TV 방송들은 뚜렷한 알맹이도 없는 긴가민가한 사안들을 24시간 내 보내면서 국민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아무리 언론의 사명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도를 넘어 저급한 내용으로 방송의 질과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나라이고, 법치국가이다. 그리고 스스로 경제나 민주화 수준이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는 긍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사태에 대처하는 우리 정치인이나 언론의 수준은 한마디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미개하다는 생각을 한다. 대통령의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법에 따라 수사하고 법에 따라 처벌해야 마땅하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법질서를 뒤로한 채 목마른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설쳐대며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있고, 같은 배를 탄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용서를 빌어도 시원찮은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자기만 빠져나가는 야비한 짓을 하고 있으며, 이를 수사하는 사정 당국이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도 모두 이성을 잃고 허둥대는 모습이다. 나라의 어느 한 곳에도 어려운 이 시국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려는 진지한 모습을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언론에서 보도 내용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절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법 앞에 국민 누구나 평등해야 한다. 대통령도 잘못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잘못에 대한 처벌은 법치국가답게 엄정한 수사와 법절차에 따라 처벌되어야 한다. 정권야욕이나 원한 풀이 또는 편견으로 사건을 침소봉대하고, 유언비어를 유포시켜 국민 갈등을 불러 국력을 낭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제 곧 야당이 의도하는 특검이 시작될 것이고, 국회에서도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 결과에 따라 대통령의 책임 한계나 처신도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너무 유치하고 비열하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어릴 적부터 영애시절 등의 얘기와 청와대 안에서 어떤 약을 구매했다느니, 이번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잡다한 내용을 모두 범죄와 관련이 있는 양 떠들어댄다. 이러한 보도는 오히려 국민에게 큰 잘못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하고 있고,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런 저급한 보도를 보면서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겠는가. 심히 걱정스럽다. 세계 어느 미개국에서도 국가원수의 잘못을 보도하면서 이렇게 저질스럽게 보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청와대에도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이므로 상비약도 필요할 것이고, 또 대통령이 복용할 약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도 철인이 아니다. 60대 나이의 여성이다. 그동안 몸이 불편했을 때도 있었을 것이고, 조금은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에서 무슨 약을 구매했는지 그게 무엇이 그리 큰 문제가 되는가 싶다. 또 약을 비정상으로 구매하였다고 떠들고 있는데, 만약 대통령이 무슨 약이라도 먹는 게 다 밝혀졌다면 또 건강을 빌미로 어떤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우리사회를 시끄럽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의 의식도 좀 더 성숙해 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초기 일부에서 터무니없는 광우병 광풍을 일으켜 얼마나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력을 낭비하게 하였으며,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되었는가. 그 후 지금까지 수입 쇠고기 광우병으로 우리 국민이 어떤 피해를 보았다는 보도를 본 기억이 없다. 우리는 그때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부 저질스런 언론보도에 일희일비하며 흥분하지 말고 선진 국민답게 냉정하게 사정 당국의 수사를 지켜보고 판단해야 옳은 일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고, 법치국가이다. 법 앞에는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 대통령도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사정 당국과 언론은 수사발표나 언론 보도를 할 때는 사건의 전모만 알려야 하고, 뚜렷한 내용도 없는 저급한 말들을 흘려 우리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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