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화재,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
주택화재, 더 이상 방치 할 수 없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01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규갑/진주소방서 예방안전과장
주택화재의 인명피해 비중은 전체 화재 중 최근 10년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주택화재 발생은 전체화재의 22.4%정도이나 인명피해는 60%를 넘고 있다. 주택화재는 더 이상 방치 할 수없는 위험한 상황인 것이다. 주택화재가 이처럼 많은 인명피해를 내는 원인은 무엇일까.

중국의 병서 손자(孫子)에 나와 있는 말로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으로, 상대편과 나의 약점과 강점을 충분히 알고 승산이 있을 때 싸움에 임하면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비유해 화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소방관으로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할 인명피해의 주요원인은 무엇일까. 보기만 해도 무섭게 타오르며 금세라도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 같은 불길일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인명피해와 연관 지어 봤을 때 실제 현장에서 가장 큰 위협은 연기와 유독가스다.

화재 시 사망 원인의 대부분은 불에 타서 숨지는 것 보다는 대피 지연에 따른 연기와 유독가스 흡입이기 때문이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유독가스가 공장이나 기타 위험물 저장소 등에서의 화재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에서도 상당한 유독가스가 배출된다. 예를 들어 쇼파나 침대에 주로 쓰이는 폴리우레탄은 시안화수소를 포함한 시안화물이라는 유독가스를 배출한다. 또한 요즈음 집안의 인테리어 자재는 합성수지, 화학섬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발생시 일반 목재류보다 10~25배의 일산화탄소, 포스갠과 같은 유독가스가 발생하며 전선을 감싸거나 플라스틱 제품에 쓰이는 PVC는 염화수소를 내뿜는다. 이들 가스의 독성은 매우 강해서 한모금 흡입만으로도 사람의 의식을 잃게 함과 동시에 사망에 이르게 한다.

실제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 때문에 눈을 뜨기 어렵고 설사 뜬다고 해도 시야확보가 어렵다. 평소 비상구를 잘 숙지하고 탈출 훈련을 정기적으로 해 온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화재발생 시 초기에 이를 인지하고 신속히 대피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연기와 유독가스가 집안에 차기 전에 밖으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신속한 대피를 하지 못해 아까운 생명이 희생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소방방재청에서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을 개정해 2012년 2월 5일부터는 신축 주택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화재발생 시 자동으로 연기를 감지하여 작동하는 단독경보형감지기는 신속한 인명대피를 돕는 소방기구로 이미 선진국에서는 30%이상 인명피해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속한 대피는 얼마나 빨리 화재를 인지하느냐가 관건인데 이러한 빠른 인지에 연기감지기가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초기 소화에 유리한 소화기를 의무적으로 비치토록 해 주택 화재 및 인명피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존 주택은 5년간 감지기와 소화기 설치가 유예된다는 점이다. 아직도 노후된 개인주택에서 많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화재 대부분이 심야 취침시간에 발생하여 화재 사실을 조기에 인지하지 못해 대피지연으로 유독가스를 흡입하여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화재 시 경보를 울려 신속히 피난할 수 있도록 하는 화재감지기가 없는 주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향후 5년간 설치 의무가 없다고 이를 방치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그 어떤 보험도 당신의 생명을 다시 보상해 주진 못한다. 2만원대의 단독경보형화재감지기 하나가 당신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 어떤 보험보다 먼저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단독경보형감지기와 소화기 설치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똑똑한 투자일 것이다. 기초소방시설 설치로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