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투명한 정부, 청렴한 공직자
기고-투명한 정부, 청렴한 공직자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05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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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경/국립산청호국원 현충과
 

서주경/국립산청호국원 현충과-투명한 정부, 청렴한 공직자


독일의 비정부 국제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에서는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 이 지수는 대중들이 체감하는 국가청렴도에 대한 지수이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56점을 기록하여 OECD 하위권(34개국 중 27위)을 맴돌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2008년 처음 56점을 기록한 이후 54~56점을 오가며 정체상태에 빠져있다.

공공부문을 평가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투명성을 꼽는다. 사회 시스템의 투명성이 낮으면 거기서 발생하는 폐단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공적인 의사결정이나 거래의 절차가 불투명한 경우, 이를 담당하는 공직자들이 몰래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하게 된다.

정책 담당자들이 국가 전체의 이익보다 사익을 우선하게 되었을 때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추락하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불신에 빠진 국민들의 비협조로 본래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곧 국가경쟁력은 약화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은 저하된다.

그리스의 사례를 보면 이것은 더 자명해진다. 지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그리스는 심각한 경제 및 재정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체제화된 부패’이다. 그리스의 비대하고 비생산적인 정부조직은 이미 국민들의 불신의 대상이다. 국민들은 위기 탈출을 위한 긴축정책에 매우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나타내고 있으며, 연금수급자의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수급자가 사망해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는다.

국가가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국민들은 투명한 거래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들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제도들은 세원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이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결국 여론에 영합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에 의해 투명성을 증진하는 제도들이 외면되면서 공공연하고 광범위한 탈세 관행이 용인되고 있다. 경제 주체들의 기회주의적 사익추구와 정책 결정자들의 무책임성이 더해진 결과가 지금 그리스의 재정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 투명한 정책, 투명한 경제활동 기반마련을 통한 정부신뢰 회복이 절실해 진다. 국가의 정책을 담당하는 공직자들은 국민들이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 공직자들이 수행하는 업무가 낭비에 불과하며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국민들을 강하게 지배하게 된다면, 우리나라도 위에서 살펴본 그리스와 같은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공직자들이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에서는 공공부문이 생산하는 정책이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국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게 되어 적극 협조하게 될 것이다. 생산적인 정부는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고, 국민들의 삶의 질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

투명한 정부는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정부이다. 이러한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부문은 공정한 룰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을 확산시키게 된다. 국민들이 사회 시스템의 공정성을 신뢰하게 된다는 것은, 만인에게 균등한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을 믿는 것이고, 모든 정당한 노력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이것은 건전한 자본주의 사회가 상정하는 사회발전의 원동력이며, 지속적인 국가 발전의 기본 전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투명한 정부와 청렴한 공직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최근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속칭 김영란법)은 우리나라 공직 사회 문화를 크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효과의 정도를 예단하기는 힘들지만, 현재까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던 부당하고 공정하지 못한 관행들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정체 상태에 있던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가 향상되는 결과가 기대된다.

국립산청호국원(원장 심재용)에서도 매달 ‘반부패 청렴데이’ 행사를 통해 직원들의 청렴에 대한 인식을 가다듬고, 청렴을 일상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연말을 맞아 ‘연말연시 원장 청렴전화’ 실시를 통해 기관장이 매일 1명씩 직접 개별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청렴의식고취와 청렴 조직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작지만 꾸준한 노력들이 계속되어 공직사회에 투명하고 청렴한 문화가 정착되고, 국가 위기 극복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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