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역사에서 배우는 청렴(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기고-역사에서 배우는 청렴(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07 18:32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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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문/국립산청호국원 현충과
 

이병문/국립산청호국원 현충과-역사에서 배우는 청렴(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요즘 티비만 틀면 여기저기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청와대 국정농단 사태로 온 세상이 다 시끄럽다. 공직자들이 부패와 청탁 스캔들에 연루되어 줄줄이 사퇴하고 검찰에 구속 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바라보는 공직자에 대한 눈빛이 여느 때 보다 날카롭고 매섭다.

지난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된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 각 행정기관별로 부패방지 및 청렴서약 결의대회도 개최하고 청탁금지법 관련 사례집 등을 통해 직원에게 사전 교육 등을 실시했다.

국제투명기구에서 조사한 나라별 청렴도 평가 중 부패인식지수에서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OECD 34개국 중 27위였고 전체 조사국 168개국 중 37위였다. 한국 사회의 특유의 정이라 불리는 온정과 관습의 문화가 현 시대의 청렴한 사회 정착에 걸림돌이다.

여기서, 우리 역사 속 청렴한 인물로는 어떤 분이 계실까? 먼저,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선생님 이름이 떠오른다.

다산은 신유박해(1801년)에 연루되어 장기(경북 포항)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유배생활 중 1810년 ‘하피첩’을 제작해 두 아들에게 남겼고 3년 뒤 1813년 시집가는 딸을 위해 ‘매화병제도’ 선물했다. ‘하피첩’은 제작 후 200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아마도 다산 가문의 가보로 전해였을 터인데, 한국전쟁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러던 중 2004년 어느 날 경기 수원의 아파트 공사장에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나타났다.

공사장에 필요 없는 폐지를 가져가도 되냐고? 하는 할머니 물음에 현장소장은 ‘그렇게 하세요?’하고 할머니 수레를 보는데 심상치 않은 고서 3점이 수레에 실려 있었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고서를 본 현장소장은 ‘할머니 이 책 저 가져도 되요?’ 물으니 흔쾌히 가져가라고 한다. 가지고 온 책이 무슨 내용인지도 몰랐던 현장 소장은 2년 뒤 TV쇼 진품명품에 감정의뢰를 하면서 하피첩이 200년의 침묵을 깨고 세상에 나왔다.

지금은 몇몇 소장가의 손을 걸쳐 보물 1683-2호로 지정되어 국립민속박물관에 소장 되어있다. 하피첩은 총 4첩이지만 3첩만 전해지고 있다. 하피첩은 다산이 두 아들인 학연과 학유에게 전하는 글이다. 하피첩으로 다산이 두 아들에게 전하고자한 것은 무엇일까? 하피첩에 나오는 글들을 살펴보자.

다산은 강조하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다. “근면하면 부를 생산하고, 검소는 가난을 구제한다”는 것이다.
“난 벼슬이 없으니 농장을 물려줄 수 없다. 오로지 두 글자의 신령한 부적이 너희의 삶을 윤택하게 할 것이기에 남긴다. 야박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하나는 근면이요, 다른 하나는 검소이다. 두 가지는 좋은 전답보다 낫다. 한 평생 쓰고도 남는다. 요컨대 놀고 먹는 식구가 없어야 한다. 이것이 근면이다”

다산은 나눔의 미학도 강조한다. 재물을 무작정 쌓아 놓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의 의복과 음식, 재물은 모두 망상에 불과하다. 입으면 헤지고 먹으면 썩고 자손에게 물려주면 흩어지고 없어지기 마련이다” 다산은 그러면서 “차라리 가난한 친척이나 친구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 낫다”면서 메기론을 주장한다.

“재물을 저장하는 것은 남에게 베푸는 것보다 못하다. 단단히 잡으려 할수록 더욱 미끄럽게 빠져나가니 재물이란 메기와 같은 것이다”

다산이 하피첩을 통해 두 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200년이 지난 지금시대에서도 본받아야 할 점이 많다. 근면과 검소 이 시대에 사는 공직자가 가져야 할 덕목일 것이다. 청렴한 세상! 나 자신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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