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질문(質問)·심문(審問)·심리(審理)·청문(聽聞)
칼럼-질문(質問)·심문(審問)·심리(審理)·청문(聽聞)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12 11:13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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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질문(質問)·심문(審問)·심리(審理)·청문(聽聞)


질문: 모르거나 의심나는 점을 물어서 밝힘(question). 심문: 자세히 따져 물음(interrogation). 심리: 사실이나 사건의 연유경과를 자세히 조사함(법률용어). 청문: 널리퍼진 소문(widely spread rumour), 설교·연설 따위를 들음(audition)이라고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다.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은 질문하는 모습이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오직 인간만이 질문을 하는 지구상의 유일한 존재이다. 질문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교육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소크라테스가 ‘산파술’로 불리는 문답법을 통해 상대방을 가르치고 설득했으며, 유태인들은 스승이 제자에게 끝없이 질문하고, 제자들이 스승에게 끝없이 질문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지식을 쌓는 걸로 유명하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은 선생님에게 무엇을 물어보았느냐?”고 질문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질문을 자꾸 하면 대인관계에 지장을 주는 행위로 인식해서 ‘지못미스럽다’고 한다. 그런데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의문사항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른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유독 질문을 자꾸 하는 학생에게는 주변 학우들이 “왜 저렇게 혼자 나대냐. 재수 없다”며 비난한다. 이는 대학교 프레젠테이션에서도 동일해 거의 일상적으로 발표 말미에 질의응답을 실행해도 학습이 실속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질문을 할 경우에는 거의 대부분 소극적으로 “이러이러한 점이 이해되지 않는데 보충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정도로 질문을 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질문의 느낌이 날카롭거나 강도가 센 사람들에게는 상술한 내용과 동일한 반응으로 “왜 저렇게 혼자 나대냐. 재수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한국에서 취업한 이후에도 회사에서 미팅도 하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질문이나 제안을 하는 것은 일종의 암묵적인 금기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감히 상사의 프로젝트나 제안에 질문을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서는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교회 예배 중에도 목사의 설교에 대해 토를 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금기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정작 미국 등지에서는 설교 중에 신도들이 자유롭게 손을 들고 “목사님 그 말씀은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신학적인 주제에 대해 질문하고 코멘트를 하는 경향이 더 크다.

그런데 질문에는 좋은 질문도 있고, 나쁜 질문도 있다. 즉 좋은 질문이란 구체적인 질문, 본질적인 질문, 맥락이 있는 질문, 다른 청중들도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한 질문들이며, 나쁜 질문이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물어보는 질문, 이기적인 질문, 누구나 뻔히 알고 있는 상식이하의 질문, “어디가?”, “뭐 해?”같이 인사도 아니고 질문도 아닌 질문, 주제에 맞지 않는 질문 등이다.

공자의 제자 번지가 농사에 대해 묻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늙은 농사꾼만 못하다” 번지가 나가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소인이로구나. 번지는 윗사람이 예(禮)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義)를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믿음(信)을 좋아하면 백성이 감히 진정으로 하지 않을 수 없으니, 무릇 이렇게 하면 사방의 백성이 자기 자식을 포대기에 업고 몰려올 것인데…”라고 했다. -‘논어’〈자로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놀라는 질문에는 교회에서 우유·주스·달걀 등을 왜 공짜로 주며, 식당에서 반찬을 공짜로 더 주며, 술자리를 2차·3차로 옮겨 다니며 보통 사람이 검열도 받지 않고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가? 대통령을 겨냥해 하야하라며 시위를 벌이느냐? 북한에서 이랬다가는 연좌제로 인해 가족 전체가 즉각 처형당한다.

천진한 아이들의 질문을 보자…엄마 젖꼭지는 왜 그렇게 커? 방귀는 무슨 색깔이야? 몽정을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이야? 발기부전이 뭐야? 욕설은 하지 말라고 하면서 왜 만들어놓은 거야? 전등을 끄면 그 빛은 어디로 가는 거야? 난 여동생 싫으니까 집어넣고 남동생으로 다시 낳아주면 안 돼? 아기가 엄마 배 속에서 나오는 건 알겠는데, 아기가 배 속에 어떻게 들어간 거야? 내가 엄마 배 속에 있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어? 아빠가 나를 엄마 배 속에 넣었다고 하던데, 그럼 아빠는 그러고 나서 엄마 배를 어떻게 닫은 거야?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데 필자의 견해로는 이는 청문회보다는 심문회나 질문회로 해야 함이 가할 것이며, 본질이나 예의를 벗어난 수준이하의 질문들도 있기에 한 번 되새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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