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천당과 지옥
도민칼럼-천당과 지옥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5 18:39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천당과 지옥


우리는 흔히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사라져도 영혼은 살아 있다고 하며, 영혼이 사는 저세상에는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 얘기를 한다. 특히 종교계에서 이를 강조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극락을, 기독교에서는 천당(천국)을 얘기하며, 이승에서 예수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바르게 살면 사후 편안하고 좋은 곳, 즉 천당으로 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승에 가서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도 없고, 사실을 증명할 사람도 없다. 필자는 철저한 무신론자다. 저승에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 것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이승(地上)을 바로 지옥이라고 생각한다. 이승은 인간이 살고 있는 이 지구상의 모든 곳을 의미한다. 이곳도 태초에는 너무나 평화로운 천국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지구 곳곳에 인간이 살게 되면서 문명이란 이름으로 발전하면서 차츰 지옥으로 변한 것이다.

세계 곳곳에 250여 개 국의 나라가 있다. 나라마다 통치자와 국민의 수준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죽이고, 뺏고, 헐뜯고 싸우는 아귀다툼은 끝없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이나 테러가 그렇고, 북한 같은 독재자 횡포가 그렇고, 흉악한 온갖 사회범죄가 그렇다. 이러한 이승이 바로 지옥이며, 인간 스스로가 더 험한 지옥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권력과 부를 차지하고 즐기는 사람, 핍박과 어려움으로 고통 받는 사람, 삶 자체를 포기한 타락한 사람 등 천차만별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 70대 이상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흔히 자기들은 지옥을 경험하고, 지금은 천당에서 살고 있다는 얘기를 한다. 일제 압박과 1950년에 발발한 한국전쟁, 그리고 보릿고개의 배고픔을 겪었던 시절을 지옥으로, 그리고 번영 속에 사는 오늘날의 사회 환경을 천당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고통을 체험한 그분들은 분명히 지금의 환경을 천당으로 얘기할 수도 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데는 핍박과 전쟁, 가난 속에서 모든 것을 참아가며, 당신들 스스로가 만들어 온 오늘의 풍요로움에 대한 작은 자긍심과 자랑스러운 마음도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70연대 이후 그런대로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세상을 천당으로 생각할까. 아닐 것이다. 선대들이 겪었던 그 지긋지긋한 지옥 같은 핍박과 배고픔은 상상도 못하겠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입시전쟁, 취업 전쟁 등 더욱 날카롭고 치열해져 가는 생존경쟁에서 또 다른 고통을 느끼며 지옥 같은 세상이라고 할 것이다.

끝없는 욕심과 경쟁의식을 가진 우리 인간은 지금의 생활이 아무리 풍요롭더라도 우리 마음속에 동경하는 그런 아름다운 천당으로는 생각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또 살아가는데 항상 치열한 생존경쟁이 따르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富)를 가진 자는 그것을 지키고 더 가지려고 아우성이고, 없는 자는 그것을 획득하고 누리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 온갖 시기와 질투, 추잡함이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현세의 대표적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상거래에는 사기와 기만이 따르고, 정치에는 온갖 비방과 중상모략이 따른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판이 이 이승이 지옥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정치인들은 언제나 입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체하지만, 속마음은 정권 야욕과 더 많은 특권과 기득권을 뺏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온갖 추잡한 짓을 하며 서로 물고 뜯고 사생결단을 한다. 이러한 아귀다툼의 모습이 바로 종교계에서 말하는 지옥의 한 단면이 아니겠나 싶다. 저승의 지옥이 아무리 고통스럽고 추하더라도, 이보다는 추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심한 고생 끝에 죽은 지인을 보고 “이제 그 사람 편안한 곳으로 같다.”고 한다. 이 말은 저승에 천당과 지옥이 없고 죽음은 바로 무(無)를 의미하며, 무에는 아무런 고통과 근심·걱정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승이 지옥임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종교계에서 극락과 천당, 지옥이 있다고 선교하는 것은 이렇게 험한 지옥에서 인간들이 조금이라도 죄를 덜 짓고 선량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란 생각을 하며,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이 세상 누구도 인간 스스로가 만든 이 지옥을 피해 갈 수가 없다. 이 험한 지옥을 천당으로 만드는 것도 인간이 해야 한다. 모두 탐욕을 버리고 인간의 본성으로 돌아가 사회 규범을 존중하고 사회 공공의 질서를 지켜갈 때, 조금씩 밝은 천당(세상)으로 변해 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