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애인여기로 산다면
도민칼럼-애인여기로 산다면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7 18: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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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창/향토시민학교장
 

김민창/향토시민학교장-애인여기로 산다면


2016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나라 안팎의 시끄러운 한 해를 보내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현실을 감사하게 느끼며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거짓을 진실처럼 꾸며 이야기하곤 합니다. 진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양심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익일 것입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하고 많이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돈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이 사랑임을 알았을 때 눈에서 눈물이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거짓의 눈물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눈물이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감동이었고 기쁨이 넘쳤습니다.

이 나라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무엇이 이렇게 증오의 싹을 키워 고통 가운데 살아가도록 만든 것인가? 많은 생각들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30년을 기쁨과 슬픔으로 이어 온 야학의 삶을 생각했습니다. 애인여기의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을 자기 몸처럼 사랑한다는 말이 애인여기입니다. 제가 야학과 인연을 맺었을 때부터 어쩌면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깊이 새겼는지도 모릅니다. 학교를 찾아오시는 제자들을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거기에는 거짓도 없었고 이해타산적인 생각도 없었습니다.

매 년 매 년 만나는 분들을 소중히 생각하면서 배움의 한을 풀어드리기 위한 몸부림을 쳐 왔습니다. 시대의 아픔을 타고난 분들을 향한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애국이 무엇입니까? 무엇이 나라를 사랑하는 것입니까? 한글을 모르는 분들께 한글을 바르게 가르쳐 드리고 잘못된 언어습관을 바로 잡으려고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교육자는 가르치면서 인생을 배운다는 강학의 야학 용어처럼 바른 길을 걸어가야 하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시간들을 보상받으려고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그저 있어야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제자들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0년 동안 이어진 야학 지킴이가 지금도 홀로 길을 걸어 학교에 가는 이유는 제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배움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찬바람을 맞으며 학교로 나가 등불을 켭니다.

2015년 폐교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까이 왔을 때 저의 손을 잡아 주셨던 남동발전의 허엽 사장님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학교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24명의 검정고시 합격자를 배출하였고 15명의 제자들이 감동의 졸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6명의 제자들은 대학에 합격하여 진학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웃의 도움이 없었다면 제자들이 배움터에서 공부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따뜻한 사랑이 있고 배려가 있는 모습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이 사회는 살만합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저마다 자기의 목소리를 내며 열심히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가려고 애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나아지는 것이 없이 당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언론도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국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내야 할 연말에 특정보도만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 진실이 있는 곳, 가슴 아픈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서로서로가 격려하고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하면서 더 밝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애인여기의 정신을 마음에 새겨보는 것이 어떨까요?

사랑이라는 것은 받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주기 위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어의 단어 중에 give가 있습니다. give는 주는 것이지만 기부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에 기부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해 재물을 무상으로 내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줌으로써 사회가 더 밝아지고 행복해질 수가 있습니다. 연말인 지금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어려운 이웃들이 많을 것입니다. 제가 교육기부를 통해 1000명이 넘는 분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아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듯이 자신의 작은 기부가 이웃에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떠들썩합니다. 이 사회에 독버섯처럼 만연되어 있는 거짓을 불태워 버리고 이제는 참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스스로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국민 각자가 순수한 마음으로 돈,명예,권력에서 벗어난 양심이 지향하는 대로 살아야 할 것입니다. 남을 탓하면 더 이상 해결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위치에서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애인여기의 정신은 내 자신을 사랑해야만 이루어질 수가 있습니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한다면 조국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한다면 이 사회는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지금도 배움에 한이 된 분들은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1시간 걸리는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학교로 향합니다. 행복해지는 삶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입니다. 사랑도 받으려고 기다리지 마십시오. 사랑을 베풀기 위해 찾아 가십시오. 이 사회가 더 밝아지려면 애인여기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작은 실천으로 2016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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