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송구영신(送舊迎新)
특별기고-송구영신(送舊迎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6.12.29 18:26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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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봉스님 진주 여래사 주지
 

동봉스님 진주 여래사 주지-송구영신(送舊迎新


세월이 유수(流水)라고 했던가. 이 말처럼 세월은 흐르는 물같이 빠르고 쏜 화살처럼 빠르다. 세월의 빠름이 새삼스럽게 가슴 깊이 와 닿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연말이다. 해마다 맞는 연말이지만, 사람마다 자기가 처한 처지와 환경에 따라서 천차만별의 감회와 바램을 가졌으리라.

한해의 다사다난했던 일들에 얽매이게 된다면 후회와 함께 미련 가득한 마음만 남게 된다. 그러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모를까 집착하는 마음으로 본다면 향상의 길로 나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내일이 양력으로 섣달 그믐이다. 섣달 그믐은 제야(除夜)라고도 하는데 한 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로 지난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라는 뜻이다. 섣달 그믐에는 재앙을 쫓고 광명으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불을 밝혀 어둠을 몰아내고 밝은 기운으로 송구영신을 한다는 뜻이다.

올 한해는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나라 전체에 크고 작은 일들이 잇따랐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가 촉발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헌법재판소가 심리를 하고 있다. 올 한 해는 여러 굵직한 사건들로 넘쳐났지만, 온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침몰 직전의 위기에 내몰리고 말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일 줄은 몰랐고 상상을 초월해도 너무 초월한 사건이라 국민 모두가 아연실색하며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불화와 갈등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일찌기 설파하신 탐진치(貪嗔癡)가 그 원인이다. 지도층의 끝없는 욕심과 어리석음이 오늘의 난국을 초래하고 만 것이다. 지도자가 어리석고 욕심을 많이 내면 백성이 어려워진다는 옛말이 그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이 같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떨쳐버리고, 내 마음에 본래 갖추어져 있는 반야(般若)의 밝은 지혜를 회복하기 위해선 개개인 모두가 참나를 찾아야 한다.

시국이 아무리 어지럽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문제와 고난의 연속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일찍이 이 세상을 고통의 바다, 고해(苦海)라고 했다. 그러나 밤이 깊으면 새벽이 오고, 한 겨울 대한·소한의 엄동설한이 되면 봄이 오고 있듯이, 절망과 고통은 반드시 그 끝이 있게 마련이다.

인간사의 근본은 남에게 베풀며 배려하며 사는 것이다. 이것이 동서고금의 진리다. 남에게 베푸는 것도 물질(財施)뿐만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동정하며 지지해 주는 따뜻한 마음과 말과 행동(無畏施), 삶의 올바른 길(眞理)을 가르쳐주는 일(法施) 등이 있다. 이웃에게 보내는 따뜻한 눈빛 하나, 미소 하나도 큰 힘이 되고 기쁨이 되는 나눔과 베품이 된다.

노납도 출가한 이후 소외된 이웃과 함께 하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40여년째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열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특히 지금의 우리가 잘살 수 있도록 평생을 헌신한 어르신들이 황금만능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면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어르신들을 위해 나름대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절에 있으면서 여러가지 보람된 일이 많지만 경로잔치를 하고 장학금을 줄때가 가장 기쁜 날이라고 여긴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희망에 가득 찬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다가온다. 정유년을 밝히는 일출을 보며 다가오는 한 해를 위한 발원을 마쳤다면 새로운 각오를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는 정진에 참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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