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와아! 새해당
아침을열며-와아! 새해당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03 18:4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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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
 

강영/소설가-와아! 새해당


어제, 섣달 그믐을 맞아 안방 건넌방 부엌 아래층 위층 안에 밖에 화장실 그 외에 온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를 했다. 흡입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물걸레로 빡빡 닦고 문지르고 마치 청소 못해 죽은 귀신이 붙은 것처럼 아무 대책도 없이 극악스럽게 청소를 해댔다. 혹시 그러다보면 새해를 맞을 무슨 뾰족한 방법이라도 찾아지려나 하는 꿍꿍이로 그리 극성을 피웠음에도 몸만 파김치로 늘어져버렸지 끝내 헛탕이었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청소를 해서 삼 대 구 년 묵은 때를 닦아냈으니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했다. 스스로 위로하기는 나의 특장점.

스스로 위로 안 하면 누가 나를 위로 해주랴.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포괄적 위치가 위로를 해야 되는 위치인 것이다. 어느새 내 나이가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나이로 무르익을 대로 익어버렸다. 오십 대나 육십 대쯤의 나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위로 칠십 대 팔십 대에겐 후배로서 선배를 잘 모시고 위로해야 되는 나이잖은가. 이 어중간한 나이를 짊어지고 그 노인들에게 위로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해드리며 성님, 요새 엄청 이이뻐지셨어라이, 해쌓며 애교도 부려드려야 하는 것이다.

사십 대 이하 후배들에겐 어떤가. 후배들에겐 위로도 위로지만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모밤, 아니 아니 모범! 이게 또 사람 죽이는 것 아닌가 말이다. 후배들 앞에서 조금만 욕심을 부려도 당장 나잇살이나 쳐먹어가지고 거시기 한다고 거시기 한다. 면전에 대고 면박만 안 당해도 감지덕지다. 게다가 삼십 대 이하 후배들은 아예 노인 취급으로 생무시에 개무시까지 한다. 길가다가 마주친 폭행 현장에선 잘 해야 본전이다. 싸우지들 마소, 하고 아양을 부릴라치면 어이, 이 할매는 또 머꼬, 가던 길 가소 마! 퉁박이 주먹처럼 날아온다. 그래도 싸움은 말려야 한다.

학문적으로도 내 포지션이라는 건 어째 껄적지근하다. 내 학문에 그 빌어먹을 책임을 또 져야 하는 것이다. 나는 문학이 내 주된 직업이니 문학적으로 내 나이에 맞는 뭔가를 내보여야 하는 것인데 이게 어디 만만한가. 늦게 둔 자식들 갈치랴, 노후대책 마련하고 이어가랴, 당장 연명하랴, 짬짬이 소설 구상하랴, 구상만 했지 시간이 안 나니 쓰지는 못해 짜증내랴, 그래도 쓰기로 정해진 칼럼은 꼭 쓰야하니 그거 책임완수 하랴, 아무리 그래도 이웃과 수다는 또 떨어줘야 일상이 돌아가니 오다가다 중얼중얼 시시비비 하랴, 진짜 몸이 다섯 개라도 모자란다.

아니 다섯 개쯤이면 어떻게 해볼만 하다. 하나는 돈 버는 데 써고 하나는 가사일 책임지게 하고 하나는 대외적 외교적으로 내돌리고 하나는 사색과 명상을 시켜 나의 철학적 사고를 풍성히 하고 마지막 하나는 소설쓰기 하는 데 사용하면 딱이겠다. 내 몸을 다섯 개라고 상상하고 사용하니까 이거 너무 재밌네, 재밌어.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부자 말이다. 이맛에 사는 거지 뭐. 가만 있자, 내가 한 개의 몸으로 다섯 몸이 할 일을 어떻게든 해내고 있으니 이게 진짜 진짜 부자잖으? 맞지, 부자 맞지??? 바쁘다고 비명을 지르면서도 다 해내고 있거덩!

나는 내 인생의 왕이로소이다. 장안을 완전히 휘저어 놓은 저 욕심만 모가지까지 꽉 찬 멍청한 두 여자처럼 몇 십조의 재산을 가졌지만 또 더 갖고 싶어 국민의 세금을 탐낸 적은 꿈에도 없소. 아무리 생각해도 대대 도둑놈들 같은 재벌들의 아주 사악한 돈도 빼앗으려 궁리한 적은 더더욱 없소. 특히 그런 건 내 체질에 맞질 않소. 나는 상가 다락방에 사는데 아랫층은 내 사업처요. 시인인 남편이 시를 쓰기에 불편해 하길래 열심히 번돈으로 반지하 집을 하나 사서 선물했소. 그랬더니 남편이 아주 좋아하오. 나도 아주 좋소. 나는 내 인생의 부끄럼 없는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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