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질러가는 길이 더 먼 길이다
칼럼-질러가는 길이 더 먼 길이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03 18:45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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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
 

범산스님 금인산 여래암 주지-질러가는 길이 더 먼 길이다


소통이 안 되는 사회는 갈등과 다툼과 서로간의 험담으로 혼란과 괴로움의 연속이다.

자신의 그릇된 편견을 내려놓고, 먼저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는 연습부터하자.

제 부모 제사도 모르면서, 옆집 제사는 잘 아는 똑똑이처럼, 제 할일은 못하면서 남의 일에는 미역머리 감듯 술술 잘도 훈계한 사람이 있다. 어리석은 이는 상대를 자신의 저울로 달고, 자로재면서, 크다 작다, 무겁다, 가볍다, 길다 짧다 평가한다. 이것이 중생심이다.

중생의 잣대를 놔버리면 진리가 보인다. 살면서 숨기고 감추는 게 없도록 하자.

비밀이 있으면 늘 불안하고, 그것이 세상에 들어나는 날, 비극이 일어나고 불행에 빠진다. 비밀이란 언젠가는 반드시 들어나게 된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비겁한 마음은 잠시도 먹지 말며, 좁은 집에서는 살더라도 좁은 마음으로는 살아가지 말자.

내가 남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듯이 남도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 그래서 행복이나 불행은 모두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비짓국 먹고, 용트림하지 말고,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하고 정신적 영토를 확장시켜 나가면서 정직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해 나가자.

남보다 적게 일하고, 남을 앞설 수는 없다. 질러가는 길이 더 먼 길이다. 서둘지 말자.

정직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하면 잡념이나 망상도 없어진다. 사람들이 어찌나 요령껏 살려드는지 진실하게 사는 사람 찾는 것이 진창길에 흘린 좁쌀 줍기 마냥 어렵다.

아만(我慢)의 끈을 내려놓기 위해 바닥에 엎드리는 연습을 많이 해보자. 겸손한 사람에게는 평화가 찾아온다. 서푼어치도 안 되는 지식을 가지고 내가 잘 낫다며 우쭐대지도 말자.

수행자들이 부처님 전에 큰절을 올리는 것은 겸손의 극치여서 무한한 힘과 지혜가 생기며, 모든 허물이 저절로 소멸된다. 무릎이 땅에 닿도록 큰절하는 연습을 자주해보라.

절하다 벼락 맞은 기록 없고, 절하다가 죽는 사람도 없다. 인간은 이 우주공간에 한 점의 작고 초라한 존재다. 자신을 낮추고 버리다보면 화합과 평화와 환영의 물결이 넘실거리며, 희열 속에 가슴이 열리고 눈물이 나기도한다. 세상에 모든 것 중 내 것은 없다.

천하의 능력자라도 어떤 것을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 부귀영화도 조건 따라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것을 얻기 위해 부질없는 꿈도 꾸지말자. 권세나 영화는 짚불 꺼지듯 순간적으로 몰락하는 것이다. 또 그런 것은 얻고 나면 더 많이 얻고 싶어지고, 그걸 놓칠까 불안하며 괴로운 것이다. 욕망은 무상(無常)과의 대결이며, 결과는 필패뿐이다.

내가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어림없는 망상이다.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 고통, 즐거움, 합격, 불합격, 진급, 강등,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자. 집안이 망하려면 울타리부터 망하고, 사람이 죽을 때가되면 머리칼부터 희어진다. 그 무얼 얻기 위한 비겁한 행동은 꿈속에서도 삼가 하자.

이 세상에는 생멸하는 것만이 존재하며, 매순간 탄생과 소멸이 거듭되고 있다.

있던 것은 없어지고, 없던 것이 생겨나며, 어린이는 성장하고, 어른들은 늙어가며, 새 세포의 탄생과 묵은 세포의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이 인생살이다. 모든 인간은 현실 속에서 웃고, 울고, 슬퍼하며, 걱정하는 부족한 존재들이다. 욕심 부리지 말고, 천금으로 집을 사고, 만금으로 이웃을 사도록 노력하자. 서로의 대화 속에서 남들의 충고를 귀담아듣자.

고통 속에 흘린 눈물은 아픈 상처를 치유해 주는 묘약이며 성장촉진제가 된다.

아파트 평수보다는 마음의 평수를 넓혀가자. 정직하게 살아가면 행복의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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