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공무원 눈물겨운 추위와의 전쟁
도내 공무원 눈물겨운 추위와의 전쟁
  • 김영우 기자
  • 승인 2012.01.05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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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 실내온도 낮아 ‘엄동설한’ 에 업무능률 저하

▲ 정부의 공공기관 에너지절약 시책으로 도내 관공서가 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진주시청 한 부서에서 직원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근무하고 있는 가운데 12도를 가리키고 있는 온도계의 모습. 한송학기자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에너지 절약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6일 오전 진주시청 한 부서의 사무실. 두툼한 외투를 껴입고 담요 등을 무릎에 얹은 채 업무가 시작됐지만문이 열릴때마다 찬바람이라도 새들면 가뜩이나 웅크린 모습들엔 추위가 역력했다. 대다수 직원들은 두꺼운 외투를 입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추위에 담요를 뒤집어 쓰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정부가 겨울 전력수급 안정을 위해 에너지 사용제한 집중단속을 시작한 지 20여일이 지난 가운데 현실을 외면한 전기사용 통제로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피크시간대 난방 중지와 10% 절전 규제 등 정부의 에너지 사용제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런 한파가 닥치면서 도내 각 지자체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이 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실내온도를 18도 이하로 낮추면서 사무실이 싸늘해졌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개인전열기를 쓸 수 없어 내복과 외투 착용은 물론 무릎담요와 손난로 등 추위를 이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5일 진주시를 비롯한 경남도내 공공기관에 따르면 오전 10시부터 12시,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난방기 가동을 멈추고 개인전열기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또 엘리베이터 격층 운행과 사무실 조명 격등 조치 등을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가적인 차원의 동계 전력피크 예방을 위한 조치인 만큼 모두가 따를 수 밖에 없지만 공공기관 직원들은 갑자기 낮아진 실내온도에 적응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절약 목표 달성을 위해 피크시간 뿐만 아니라 출근 시간대 집중적으로 난방기를 가동한 뒤 오전 내내 가동을 멈추면서 입김이 나올 정도의 추위와 씨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직원들을 중심으로 추위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자가 방문한 진주시청 한 부서의 직원들은 내복과 등산양말은 물론 충전식 손난로를 공동구매해 싸늘한 실내온도에 얼어붙은 손가락을 녹이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또  무릎담요와 함께 뜨거운 물을 부으면 열기가 2~3시간 지속되는 핫팩을 구매해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털이 부착된 신발, 잡으면 열이 나는 마우스 패드 등 방한 용품도 총출동하고 따뜻한 찻잔과 손난로를 손에 쥔 직원도 보였다. 기자도 제법 한기가 느껴질 무렵 사무실에 걸려 있는 온도계는 수은주가 ‘12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같은 추위 때문에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다거나 감기를 달고 산다며 난방 제한온도가 지나치다고 토로했다.
진주시청 A씨는 "손발이 시려워 일을 못할 정도이고, 컴퓨터 작업을 하다보면 손이 얼어 오타가 빈번해 업무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사무실의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담요를 뒤집어 쓰고 털신을 신어도 가만히 앉아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추위를 피하기 힘들다" 면서 "이러다가 동상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 B씨도 "난방을 일정 시간만 하는데 끄면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너무 춥다"며 "사무실이 추워서 직원들이 따뜻한 휴게실로 왔다갔다 한다. 당연히 업무 효율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여성공무원 C씨는 "하루종일 근무하기가 너무 춥다. 표면적으로 눈에 보이게 하려는 에너지 절약 성과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이 더 드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며 "추운 날씨로 주변에서 감기환자가 속출하고 있고, 추위로 업무능률도 뚝 떨어져 야근은 생각할 수도 없어 퇴근시간만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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