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새삼스럽지도 않은 ‘박근혜·최순실’…‘일인지천하, 천하지천하’
현장에서-새삼스럽지도 않은 ‘박근혜·최순실’…‘일인지천하, 천하지천하’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12 18:21
  •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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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
 

박철/제2사회부 부장(함양)-새삼스럽지도 않은 ‘박근혜·최순실’…‘일인지천하, 천하지천하’


뻔뻔함인지 무모함인지, 참 지나치다. 국정을 떡 주무르듯 하던 불통 대통령과 비선실세, 비호세력들은 국가의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법대로 하자”고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얼마나 더 추해져야 할까?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권력과 부(富), 그리고 간신은 따로 놀지 않는다. 어느 시대, 어느 국가 사회에서도 권력과 부는 유착되게 마련이었다.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는 오늘날까지도 이는 변치 않았다. 부귀는 한정돼있고 원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니 목숨 걸고 거머쥐려 하고, 잡으면 순순히 놓으려 하지 않는다. 무소불위 혹은 허수아비 권력자와 그 주변을 맴도는 간신과 거머리 같은 무리가 역사 속에 끊임없이 변신하며 나타나고 있는 이유다.

지금 우리 앞에 추태를 드러낸 최순실 무리의 국정농단 사태는 부귀 권력의 이 같은 속성이 불러온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겠다. ‘박근혜·최순실’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참 많은 ‘박근혜·최순실’이 있어왔다. 얼마 전 한 단체의 집회에서 ‘신라엔 미실, 대한민국엔 순실’ 팻말을 본 적이 있다. 절대권력자의 절대윗선, 남자들과 얽힌 추문, 민심을 철저히 짓밟는 국정농단…. 많은 교집합이 있으니 절묘한 패러디란 생각이 들었다.

은(상)나라 주왕은 애희 달기(妲己)에 빠져 30대를 내려온 사직을 말아먹었다. 그는 주지육림(酒池肉林), 포락형(炮烙刑) 등 포악무도의 정치로 일관했다. 백성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었고 비간, 기자 등 충신들을 죽이거나 내쫓고, 몇몇 간신들과 밀실 속에서 국정을 전횡했다. 백성과 제후들은 결국 분노의 촛불을 들었다. 나라는 망하고 추한 이름은 역사에 길이 남았다.

폭군 주왕을 끌어내린 주나라 문왕. 은인자중하며 널리 인재를 등용하고 힘을 키우던 그가 어느 날 강태공(태공망, 여상)을 만났다. 어떻게 하면 민심을 얻을 수 있을지 물었다.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만민)의 천하입니다. 천하의 이득을 (만민과) 함께 하려는 자는 천하를 얻을 수 있고, 홀로 차지하려는 자는 천하를 잃습니다”

답은 ‘백성(국민)들과 더불어 잘되고 함께 잘 살려는 마음’이다. 지금과 같은 정국이 펼쳐진 것은, 치국(治國)하려는 자들에게 이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내세운 그들은 천하의 이득과 특권을 독점했고, 참다못한 민심의 폭발로 천하를 잃기 직전이다.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천하의 이득을 독점하려는 자들’이 누군지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천하의 이득을 함께하려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판은 어차피 누가 돼도 똑같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무섭고 위험한 발언이다. 썩은 정치에 오래 속아온 서민들이 단순히 푸념하는 말이라면 괜찮다. 허나 이 말은 ‘박근혜·최순실’로 대표되는 비선 부패특권세력과 극우 수구(守舊)세력이 ‘종북·좌빨’과 함께 흑백논리적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음모 냄새가 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 말은 “어차피 다른 놈이 정권을 잡아도 결국 썩을 게 뻔하니 ‘구관이 명관’임을 인정하고 참고 살아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위험하다. 1000만 촛불 민심을 무위로 돌리려는 교활한 속내가 들어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는 수구 반동세력이 개혁·변화를 거부하고 방해하기 위한 교묘한 말장난이다.

흑백논리와 단순논리의 귀재인 극우 수구세력에게는 ‘우리 편은 애국자, 반대세력은 빨갱이’다. 따라서 이 말이 ‘종북·좌빨’과 결합되면 “우리 편 아닌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나라를 북한에 팔아먹을 거다!”가 된다. 얼마나 단순명료한 논리인가!

이 논리가 메이저 언론과 야합하면 후폭풍은 메가톤급이 된다. 이를 언론플레이의 폐해에 무감한 국민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끔찍하다. 결국 아무리 나쁜 정권이 부정부패에다 특권·특혜를 독점하고 국정을 농단해도, ‘권력을 잡는 놈은 어느 놈이나 똑같다’는 절망감과 안보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국민들은 폐해 척결과 변화를 거부하게 된다. 1000만 촛불의 개혁 동력을 상실하는 것이다. 현 시국에 가장 경계해야 할 최악의 결과요 역사의 퇴보가 아닌가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앙뿐 아니라 지방 곳곳도 제왕적 단체장과 작은 ‘최순실’들이 득실대며 특혜·특권을 독점하고 있다. 온 나라 구석구석이 곪아 중병이 들었다.

시대가 혁신을 요구하는 이때, 국민의 명령(민심)은 확고하다. “비선·갑질·특혜·특권·불통·금권유착…. 썩은 적폐 몽땅 도려내고, 상식이 통하고 정의가 이기고 ‘을’이 웃는 나라를 만들어라”, “일인지천하가 아니라 천하지천하를 만들어라” 누가 감히 준엄한 주권자의 명령과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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