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석/합천 수필가
이호석/합천 수필가-정말 뻔뻔한 사람들
지난 1월 5일 밤, 정말 뻔뻔한 사람들을 보았다. 대한민국에서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이 되려면 저 정도는 뻔뻔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5일과 6일 밤 10시부터 KBS 1TV에서 ‘2017 대한민국 길을 묻다’라는 프로를 방영했다. 여기에는 여야 각 정당에서 대표성을 인정받을 만한 여섯 분이 출연하였고, 사회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주 내용은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현 정국에 대한 분석 비판과 대책,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의 의견을 들었다.
그런데 출연한 그들은 정부를 감시·감독을 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책무를 소홀히 한 점에 대한 뼈저린 반성은 전혀 없고, 현행법을 탓하고, 시스템을 탓하고, 대통령을 탓하고, 비선들을 탓하고, 여는 야를 탓하고, 야는 여를 탓하고, 심지어 며칠 전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의원은 마치 자기들 잘못이 모두 면피 된 것처럼 모두 남만 탓했다.
필자는 평소 매일같이 여야 싸움질만하는 국회를 좋게 보지 않고 있었는데, 이날 철면피한 그들의 언행을 보면서 또 한 번 심한 배신감으로 혈압이 올랐다. 물론 어느 초선의원의 순수함도 있었고, 일부 참석자가 국회의원으로서 책임감 느낀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들의 사과에 전혀 진정성이 없었다. 모두가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검찰과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 청와대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등 국회만 빼고 이 사회 모두가 개혁 대상인 것처럼 말하는 그들이 너무나 뻔뻔스럽게 보였다.
우둔한 필자는 지금도 매일같이 떠들어대는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들을 보면서 솔직히 아직도 뭐가 뭔지 잘 판단이 서질 않는다. 대통령이 국가 기밀이 들어 있을 수도 있는 연설문을 개인에게 사전 유출했다는 어처구니없는 일과 문화 체육 진흥을 위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만들어 놓고 최진실이 그것을 이용해 많은 횡포를 저지를 수 있도록 빌미를 줬다는 것, 그리고 국가 중요 자리 인사 때 몇몇 측근들의 조언으로 시행되었다는 것 등이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잘못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다수 언론은 이에 부수된 잡언들을 매일같이 새로운 큰 사건이 터진 양 떠들어대고 있어 어지럽기만 하다.
또 요즘 정국의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 헌법 개정 문제이다. 개헌 주장의 요지는 현재 대통령에게 주어진 무소불위의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것을 볼 때마다 남의 다리를 긁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무능한 국회를 먼저 스스로 개혁하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탄핵을 받을 수 있는 대통령 자리가 무소불위의 자리가 아니라 국회해산권을 없앤 국회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사실상 통제 불능의 무소불위 권력을 가지고 있다. 국회가 진정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되려면 차기 헌법 개정 시 반드시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넣어야 한다. 국회 스스로가 제 기능을 못하고 국민의 지탄을 받을 때는 해산할 각오를 하는 것이 국회 개혁의 우선이다.
지금까지의 국회 운영 실상을 보면 국민의 소리는 외면한 채 자기들의 특권과 기득권을 늘이고 유지하는 데만 충실히 해왔다. 국민이 국회의원 정수와 특권이 너무 많아 줄여야 한다고 청원까지 하였지만, 그들은 온갖 핑계를 대며 2백여 명의 의원 정수를 3백 명까지 늘려 놓았고, 세비와 특권도 매년 늘어났다. 대통령의 무소불위는 국회 탄핵으로 견제할 수 있지만, 고삐 풀린 300명의 무소불위 횡포는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사실상 없다. 대한민국 건국 때부터 1987년까지 헌법에 명시되어 있던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 때 삭제해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치와 국가 질서가 바로 서려면 며칠 전 TV에서 본 그런 뻔뻔스러운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진실함과 투철한 책임감을 가진 그런 국회의원들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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