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변해야 한다
학교가 변해야 한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08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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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주부
학교가 아이들에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고 있는가. 나는 이 물음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나에게는 세 살 터울의 두 아들이 있다. 올해로 둘째 아이가 대학을 진학해 소위 학교라고 말하는 곳의 울타리를 벗어나게 되었다. 학교에 대해 할 말 참 많지만 이야기 할  공간도 없고 아이가 다칠까 참고 해야 할 말도 속으로 삭혔다. 내 아이들이 유난스러워서가 아니다. 너무 얌전하고 과묵해 내 속에서 꼭지가 돌 정도로 순한 아들들이다. 굴곡은 단단한 큰아이보다 여린 작은 아들에게 더 많았다.

작은 아들은 말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순둥이다. 이 아이에게 사고는 초등학교 수학 여행 때 일어났다. 놀이동산에서 여럿이 짝을 맞추어 놀이기구를 타야하는데 한 아이가 주동해서 끼워주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뒤에서 밀기도 했다. 다행히 한 아이가 같이 놀이기구를 타지 않고 있어주었고, 뒤에서 밀 때 담임선생님의 눈에 띄어 큰 탈은 면했다. 그러나 수학여행에서 큰 탈을 면했을 뿐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밀친 그 아이가 누구인 지 알려주지 않았고 그 부모를 불러서 주의를 주지도 않았다. 다만 나에게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순해서 탈이다. 선생님이 학교생활 내내 도와주지 못한다. 이것을 벗어날 방법은 아이 본인의 의지뿐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뭘 몰랐던 나는 그런 줄 알았다. 선생님이 도움이 안 된다고 하니 할 수 없다고 여겼다. 결국 우리 아이를 도와준 것은 학교도 선생님도 아닌 음악이었다. 음악을 하면서 절친이 생겼고 학교생활도 순탄하게 할 수 있었다.

2번째 사고는 이 음악 때문이었다. 악기를 연습할 공간이 필요해 큰 집으로 이사하면서 전학을 하게 되었다. 음악으로 대학을 가는데는 학교 성적이 중요치 않아 고등학생임에도 망설이지 않고 집에서 가까운 학교로 전학을 하였다. 전학을 단순하게 생각한 우리는 상담하면서 이상한 분위기를 몰랐다. 전학을 하는 날 아이와 교무실에 들렀다가 교감선생님의 노골적인 눈총을 받았다. 다니던 학교가 훨씬 좋은데 왜 전학을 왔느냐고 하셨다. 학기 중이라 교복이 없을까봐 물려받을 수 없겠냐고 했더니 한 벌 사 주면 되지 뭘 그런 걸 하시면서 못마땅해 하셨다.

다음 날 등본을 학교에 제출하면서 또 한 번 교감선생님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교무실을 벗어났다. 그때서야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았다. 고등학생이 전학을 하는 경우는 십중팔구 사고를 쳐서 쫓겨나는 것이라는 것을. 남편이 직장문제로 주소를 옮기지 못해 나와 아이들 이름만 있는 등본에서 결손가정에 교복도 못 사 입히는 어려운 형편의 골칫덩이를 맡기 싫어했다는 것을.

연일 학교폭력 방지에 대해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바뀌고 또 바뀌어야 하는 것은 학교이고 선생님이여야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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