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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행복하면 오래 산다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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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24  18: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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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행복하면 오래 산다

년중 가장 추운 정월이다. 전국적으로 폭설에다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밤새 내린 눈이 얼어붙어 온 나라가 동토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단속을 소홀히 하면 수도관이 얼어버려 물이 안 나오고 계량기까지 동파된다. 수도세가 걱정돼도 밤낮 쫄쫄 틀어놔야 한다. 너나 없이 추워 죽을 지경이다. 가난하면 가난할수록 더 추운 날씨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가난도 급수가 있다. 비록 돈을 쌓아놓고 살지는 않지만 그 사는 모습이 참으로 고운 사람들이 있다. 제법 산다고 하는 사람도 그 사는 꼴이 역겨운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나는 오후 한 두 시간 택배 배송 알바를 한다. 우리 동네 관할 소장님이 내 사무실에다 택배물들을 내려주면 나는 손수레로 각 이웃에 배송한다. 요즘엔 설대목이라 바쁘다. 지난 봄쯤에 어느 곳에 택배를 갔는데 현관 앞에서 받는 사람 이름을 부르며 택배가 왔음을 알렸다. 대답도 없더니 두어 번 더 이름을 불러서야 문을 벌컥 열고는 눈을 부라렸다. “아줌마, 그렇게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면 어떡해요!” 냅다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원 참, 내 목소리가 좀 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딸만한 여자가 눈을 부라리며.…내려오면서 영 기분이 안 좋았다.

이름은 부르라고 있는 거지. 불쾌해서 그후 그 집 택배는 소장에게 직접하라고 했다. 화라는 건 풀리게 마련이고 화가 풀리고 보면 대개의 화근은 별것 아니다. 그 집은 택배가 자주 오다보니 무엇보다 소장에게 미안해서 내가 배송하기로 했다. 까짓꺼 싫다면 안 하면 되지 싶어서 문을 얌전히 뚜드리고 작은 소리로 “택배요”라고만 했다. 저쪽도 나를 기억했든지 무거운 건 자기 남편에게 들리고 작은 건 우편함에 넣게 해서 나를 편하게 해주었다. 그의 남편은 새벽에 일을 나간다. 내게 눈을 부라렸던 젊은 부인도 어린 딸 둘을 키우며 집에서 뭔가를 하는 모양이었다. 어쩌다 마트 가는 걸 보게 되는데 정말 말을 서로 눈을 보며 조용조용한다. 부인이 뭐 타고 갈까? 하면 마을버스 타자, 같은 말도 굉장히 요긴하게 들리고 다정하게 들린다. 두 딸의 손을 각 각 한 사람씩 나누어 잡고 가는데 두 딸들은 재잘재잘 까르르 까르르 신이 난다.

이른 아침 두 노부부는 빨갛고 노란 커플등산복을 입고 말은 없지만 다정하게 조깅을 한다. 자세히 들어보면 말이 없는게 아니라 소곤소곤 말을 한다. 두 분 다 허리도 구부러지지 않았고 풍기도 없는 듯했다. 일찌거니 조반을 챙겨드셨던지 걸음도 자연스럽다. 칠순은 분명 지났을 것 같은데…노년까지 저렇게 건강하게 부부가 함께 오손도손 살면 얼마나 좋을까, 꼭 본받아야겠다. 아마 앞서 젊은 부부가 늙으면 그 노부부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딸 둘을 무사히 잘 키워서 좋은 사위를 맞아 짝을 이뤄주곤 둘이서 옛일 이야기하며 다정하게 늙어갈 것이다.

아, 그리고 바로 어제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늦은 시간에 우리 동네에 폭설이 와버렸다. 평소 두 시간이면 마칠 일을 다섯 시간이나 하고 돌아오던 참이었다. 한 아저씨가 자신의 아파트 단지 내 거의 4~5십 미터의 길을 눈을 쓸고 모래를 뿌리고 있었다. “혼자 하셔요?”했더니 “미끄럽잖아요”하고 웃었다. 귀한 사람, 님의 음득에 위대한 양보가 따르소서, 기원하고 그가 낸 길을 걸어 귀가했다. 백세까지도 저렇게 아름답고 건강하게 살 것이 분명했다. 폭설을 맞으며 일해서 금방까지도 천근 같던 몸이 진짜로 가뿐해졌다. 나 왔어요! 내가 귀가 인사를 하자 남편이 “뭐한다고 눈을 맞고 싸돌아댕겨?”하며 염장을 질렀다. 폭설을 뚫고 각자 사명을 다하고 무사히 돌아온 온 가족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어떻게 보면 인생 행복하게 사는 것 그다지 어려운 것 아니다. 일이네 휴식이네 가리지 말고 일은 휴식처럼 휴식은 일처럼 재미로 하고 재미로 살아보는 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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