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번 설날 꼭 해야 할 일
칼럼-이번 설날 꼭 해야 할 일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1.25 18:41
  • 1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
 

장영주/국학원 상임고문ㆍ한민족 역사문화공원 공원장-이번 설날 꼭 해야 할 일


고향을 찾아 부모님도 뵙고 성묘도 하는 등 설날에는 할 일이 많다. 그러나 그 중에도 잊지 말고 꼭 해야 할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 책을 한 권 읽는 것이다. 되도록 미루지 말고 한 번에 죽 읽고 독후감까지 써놓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가장이라면 반드시 부인과 아이들이 함께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 한국인이여, 제발 고스톱 좀 그만 치고, 카톡과 SNS도 좀 덜하고, 책을 통해 차분하게 자신의 미래와 만나보자.

아래의 기사를 보자니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지난해 이맘때 쯤 미국의 권위 있는 시사 교양지 ‘New Yoker’에 문학평론가인 마이틸리 라오(Mythili G. Rao)’씨의 글이 한 편 실렸다. 뉴요커 지의 온라인 편에 실린 제목은 “한국은 정부의 큰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이다. 한국인들이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는 세태를 꼬집은 내용이다. 그는 우선 한국의 드높아 보이는 책 문화의 허상을 꼬집었다. 서울의 가장 큰 서점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고, 식자율은 98%에 달하고, 한국출판사들은 매년 4만 권의 새 책을 내놓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영국 조사에서 한국이 상위 선진국 30개국 중 국민 한 명당 독서를 위해 사용하는 시간이 가장 적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이유는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힘든 한국의 교육 현실이라고 들춰냈다. 주변에서 소설을 읽으면 시간을 낭비한다며 그 시간에 한국 SAT(수학능력시험)를 위해 수학을 풀어야 한다고 주문한다고 했다. 한국이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지만 노벨상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평화상 하나가 전부라면서 이 때문에 노벨문학상에 대한 바람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매년 노벨문학상 발표 시점에 모 시인이 거명되고 있다고도 알렸다. 그 시인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명되는 유일한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 시인의 시는 정작 한국에서 많이 읽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와 함께 한국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는 등의 일을 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의 노력을 높게 사며 한국문학이 해외진출을 하려면 정부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라오 씨는 덧붙였다.

드라마나 노래, 음식 등이 K-팝, K-드라마, K-푸드로 세계에 소개되면서 한류를 선도한 지 오래되나, 철학에서 비롯된 문화적 기반이 없다는 지적이다. 왜 우리에게 세계를 풍요롭게 할 철학과 문화가 없는가. 당연히 있고 그것도 아주 많다. 그러나 그런 책을 읽지 않고, 읽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고, 우리말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노벨 문학상을 받기만을 원하고 마치 군사작전처럼 매년 치르고 있다.

이유가 있다. 너무나 많은 인터넷과 SNS으로 날아들어 오는 자극적인 간접 정보의 간편한 흡인력 때문이다. 아무리 깊은 고뇌로 힘들여 쓴 글일지라도 간단한 ‘이모티콘‘ 한 컷이면 즉답이 되어버린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정보를 향해 훨훨 날아다니는 불나방 같다. 그래서야 지식이 자기 것이 될 수가 없고, 실천이 곁들어지지 않아 지혜로 자랄 수 없다.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책을 하루 읽지 않으니, 입안에 가시와 침이 돋는듯하구나”옥중에서도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던 안중근 의사의 글이다. 일설에는 교수대 앞에서도 마지막 소원을 묻는 형리에게 읽던 책을 마저 다 읽을 수 있도록 집행시간을 '5분 늦춰 달라' 하셨다고 한다. 마지막 독서를 마치시고 의연히 교수대에 스셨다. 그러므로 안중근 의사가 감옥에서 분초를 다투며 써내려갔던 ‘동양 평화론’은 비록 미완의 저서이지만, 현재에도 난마 같은 동북아시아의 국제 정세를 풀 수 있는 최상의 대책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안중근 의사가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은 이처럼 방대한 독서로 쌓은 지식이 올바른 행동을 일으킬 지혜가 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미래나, 조직, 나라의 미래를 위한 책을 한 권 골라 가족들과 함께하는 독서의 시간을 가져보자. 이번 설을 기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는 국민이 되어 보자. 그래야만 국민이 잘못된 정치가와 지도자들을 비로소 꾸짖을 수 있고, 영원히 시들지 않는 한류의 기반을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