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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도박이 성행한 마을에는 까치집이 없다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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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30  1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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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익/전 경남과학기술대학교 토목공학과 겸임교수-도박이 성행한 마을에는 까치집이 없다

까치는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과 북부 아프리카는 물론 북아메리카 서부에까지 서식할 정도로 지구상에 넓게 분포한다. 까치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신라 제4대 국왕 석탈해(昔脫解)신화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따르면 아기 석탈해가 담긴 궤짝이 떠내려 올 때 까치 한 마리가 울면서 끝까지 따라왔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탈해의 성이 까치 ‘작(鵲)’자에서 ‘조(鳥)’자를 뺀 ‘석(昔)’이 되었다. 또한 까치에 관한 구전에는 불교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데, 이는 오래전부터 형성된 토속신앙과 민간신앙에 불교가 접목되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까치가 영물(靈物)이었다는 기록은 곳곳에 남아 있다. 까치는 하늘 높이 날지 않고 사람들이 많이 사는 마을 인근의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산다. 사람이 농사지은 낱알과 과일을 주로 먹고 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람들과 친숙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민가에서는 까치가 사람을 흉내 낼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새라고 알려져 있다. 한 예로 굿을 할 때 죽은 이가 극락과 지옥 중 어디로 갔는지 알기 위해 소반에 쌀을 얇게 펴고 점을 칠 때 까치의 발자국이 나타나면 까치가 죽은 사람의 혼을 저승길로 인도해 극락왕생한다고 믿었다. 또한 하늘나라에서 복을 받아 사람에게 전달해주는 새이기 때문에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 새해 첫날 까치가 울면 1년 동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었다. 때문에 사람들은 섣달그믐을 ‘까치설’이라고 이름 붙일 정도로 까치를 좋아했으며, 심지어 까치를 죽이면 죄를 받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길조(吉鳥)’로 취급했다.

까치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는 다양하고 광범위했다. 중부 지방에서는 예로부터 정월 열 나흗날 까치가 울면 수수 농사가 잘되고 까치가 물을 차면 날이 갠다고 한다. 호남지방에서는 까치둥지가 있는 나무의 씨를 받아 심으면 벼슬길에 오른다고 했으며, 충청도 지역에서는 까치집을 뒷간에서 태우면 병이 없어지고 까치집이 있는 나무가 있는 터에 집을 지으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아침저녁으로 까치가 찾아와 울어대면 집안에 복이 들어온다는 속설도 있었는데 집 주위에 참죽나무를 심은 것도 까치가 날아와 집을 짓게 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까치집은 악귀 퇴치에도 효과가 있어 오래된 까치집을 불태워 재로 만들어 숭물(崇物)의 이름을 부르면 미친병이나 도깨비, 귀신에 홀린 사람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 전통 의학서 ‘동의보감’에도 사람 배속의 벌레를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등의 까치집 약효에 대한 기록이 있다. 이런 까닭으로 까치는 민화(民畵)에도 단골손님으로 등장한다. 민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토끼나 거북, 학과 비교해도 까치의 등장 횟수는 압도적인데, ‘화담계륵’에 따르면 호랑이를 그릴 때 까치를 함께 그렸다고 할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무당의 신당에도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하는 산신도(山神圖)가 있는데 여기서 호랑이는 산신의 신탁을 받은 존재이며 까치는 서낭신의 신탁을 전해주는 영물이다. 그래서 까치는 화(禍)를 막고 복(福)을 기원하는 민간신앙의 염원을 담아 친숙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 근거가 미약한 부분이 적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간절한 염원이 지나친 나머지 까치와 까치집은 온간 수난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집의 남쪽 방향에 까치가 둥지를 틀 나무가 없는 집안은 복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우자를 선택할 때 결격사유로 삼았으며, 과거(科擧) 응시자가 있는 집에서는 까치가 나무에 둥지를 틀지 않으면 하인이나 부인이 합격을 기원하여 동이 틀 때를 기다려 나무에 올라가 대신 까치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까치가 길조이기도 했지만 까치를 뜻하는 ‘작(鵲)’과 벼슬을 의미하는 ‘작(爵)’의 음이 같았기 때문이다.

행운을 준다는 까치집에 대한 믿음은 노름판에도 있었다. 노름꾼들 사이에서는 까치집 가운데 가장 굵은 나뭇가지를 골라 흐르는 물에 넣고 거꾸로 밀어 올리면 돈을 딴다는 속설이 있었다. 때문에 노름이 성행한 마을에서는 온전하게 남아 있는 까치집이 없었고, 까치집이 보이지 않는 마을은 도박이 성행하는 지역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새해 설날을 지내고 보니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 이래요”라는 동요가 생각나기도 한다. 모처럼 모여서 화투놀이로 까치를 쫓지는 않았는지?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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