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봄을 기다리면서
진주성-봄을 기다리면서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02 18:23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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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봄을 기다리면서


소한 대한도 지났고 내일이 입춘이다. 봄이 성큼 다가오는 것만 같다. 다음다음 주말이면 대동강 강물도 풀린다는 우수이다. 이내 경칩이 뒤따르고 있어 멀리서 새봄이 나붓나붓 잰걸음으로 다가오는 기분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 겨울의 한 복판이다. 난방보일러도 아직은 부지런히 돌아야 할 때이고 전기계량기도 게으름을 피울 때는 아니다. 다행이도 지금까지는 맹추위가 별로 없었다. 걸핏하면 한파나 대설주의보가 내리는 중부지방과는 날씨와 기온이 판이하다. 눈다운 눈도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 여느 해의 겨울보다는 덜 추워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수도계량기가 얼어서 터지거나 상수도관이 동파됐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다. 폭설로 인한 피해소식도 못 들었다. 여러모로 다행스럽다. 무엇보다도 난방비를 아낄 수 있어서 더 고마운 일이다. 이대로 봄이 왔으면 좋으련만 언제 동장군이 밀어닥칠지 모른다. 빼먹지 않는다는 입춘 추위도 있을 수 있고 지리산 눈바람이 언제 칼바람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2월 한 달까지는 혹한기이다.

겨울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개학을 했다. 볼이 얼어서 빨개져도 책가방 들쳐 매고 활기 넘쳐서 기특하지만 고사리 손이 안쓰럽다. 유모차를 끌며 파지 줍는 노인들도 걱정이다. 앞 다투어 거리를 헤매려니 아침밥인들 먹었겠나 싶다. 일터로 가느라고 버스정류장을 향해 종종걸음을 치는 뒷모습도 안쓰럽다. 꼭두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이런저런 사람들이 걱정되고 이른 아침부터 쫓기듯이 내달여야 하는 사람들도 걱정이다. 추위에 부대끼지 않게 이대로 새봄이 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겨울의 맛은 코끝이 알싸한 찬바람이고 겨울의 멋은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순백의 설경이다. 스키랑 보드를 차 위에 실어만 놓고 떠나지 못 해서 안달하는 스키어들도 안타깝고 모피코트를 입기가 어정쩡하여 애먼 투정부리는 여자들도 안쓰럽다. 이 비위도 맞춰주고 저 비위도 맞춰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어쩌나.

겨울은 겨울답게 추워야 한다지만 추위를 피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맛 찾고 멋 찾을 여유가 없는 버겁고 힘든 계절이다.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살림이 넉넉한 사람이고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마음까지 넉넉한 사람이며 추위를 맞서는 사람은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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