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과 원칙이 있는 스포츠 행정을 바라며
상식과 원칙이 있는 스포츠 행정을 바라며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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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익렬/경남과기대 교양학부 교수
임진년 새해를 맞이했다. 힘찬 용(龍)의 해라고 하니 저마다 이루고자 하는 소원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유난히 올해는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다. 4월 11일에는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살림꾼을 뽑는 ‘19대 국회의원 선거’, 7월 12일부터 8월 12일까지 한 달 간은 ‘제30회 런던올림픽’, 12월 19일에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이니 다른 어느 해보다 중요한 한 해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연말연시 스포츠계에 있어서 벌어지는 상식과 원칙 밖의 일들을 밝혀보고자 한다.

2010년 7월 21일! 우리는 우리 지역 출신인 조광래 감독이 66대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에 대하여 얼마나 좋아했던가. 진주는 물론 경남 지역 전체에서 축구인을 포함한 체육인들은 물론 모든 도민들이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작년 8월 10일 한일전 0-3 패배, 레바논전 1-2 패배 등의 이유로 경질에 대한 기술위원회 등의 정식 절차도 거치지 않고 언론에서 먼저 경질 소식이 나와서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2010년 7월 당시 감독으로 선임될 때 기술위원장이었던 이회택 부회장은 2014년까지 임기 보장을 전제로 한다고 밝혔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대한축구협회(KFA)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가장 중요한 쿠웨이트전(2월 29일)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감독 경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물론 감독으로서 성적 부진이 자랑은 아니지만 경기를 하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것이 스포츠 아니겠는가. 축구공도 둥글다. 잘 될 때는 골포스트 맞고도, 손 맞고도, 엉덩이 맞고도 골인되지 않던가. 대한축구협회의 이 같은 상식과 원칙에 벗어난 일은 처음이 아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도중 경질되는 수모를 당했던 차범근 전 감독도 동병상련(同病相憐)일 것이다. 당시 조별리그 2차 네덜란드전에서 0-5로 대패한 후의 일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성적과 국가만 중요하고 개인의 명예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2012년 1월 5일 탁구계의 맏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상은 선수, 감독 및 코치진의 KGC 인삼공사로부터의 해고 통보다. 오상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동메달 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국내외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현역 탁구계의 거목이다. 해고의 표면상 이유는 지난 달 있었던 MBC 탁구최강전(12월 1일)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쳤다는 이유지만 그 후 전국남녀탁구종합선수권(12월 26일)에서는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우승을 일궈냈기에 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이미 내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대표 선수로 선발된 상태에서 구단의 느닷없는 해고 통보를 받은 것이다. 통상 거쳐야 하는 선수와 감독의 소명 절차를 거치는 징계위원회도 거치지 않은 채로 말이다.

당장 구단의 지원이 없으면 오상은은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관하는 프로투어 대회에 나서기 어려워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한다. 따라서 랭킹 포인트의 저하로 시드 배정에 문제가 생겨 국가대표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선수를 보호하고 팀을 투명하게 이끌려는 구단의 적절한 대처를 호소한다.
마지막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다행이다. 작년 6월 재정난을 이유로 팀을 해체하겠다는 용인시청의 핸드볼팀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다행히 모 그룹의 도움으로 재창단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하니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팀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김운학 감독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된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난을 이유로 창단하여 운영하고 있는 팀의 해체는 운동선수에게 밥줄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다.

임진년 새해에는 스포츠 행정에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용인시청 팀을 살렸던 모 그룹 회장은 “어떤 경우라도 선수들이 운동을 못하는 일은 없게 하라!”고 지시했다니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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