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칼럼-마이클 샌델의 정의와 군복무단축 공약
도민칼럼-마이클 샌델의 정의와 군복무단축 공약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12 17:49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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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가락종친회 중앙청년회장
 

김성우/가락종친회 중앙청년회장-마이클 샌델의 정의와 군복무단축 공약


마이클 샌델 교수의 명저 <정의란 무엇인가>는 징병제와 관련한 논쟁을 통해 징집과 고용, 무엇이 옳은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센델 교수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상황에 대해 “1862년 7월 에이브러햄 링컨은 부족한 군인을 충당하기 위해 북부에서는 처음으로 징병법에 서명했다. 남부에서는 이미 시행중인 법이었다. 징병은 미국의 개인주의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었고, 특히 북부의 징병은 더더욱 그러했다. 징집을 원치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고용해 대신 복무하게 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군인을 돈을 주고 사서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자원병제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관군보다는 의병의 활약이 더 돋보였던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의병(義兵)은 말 그대로 ‘의로운 군인’이다. 나라가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지게 되면 글을 읽던 선비도, 부처님의 도를 닦던 스님도 창과 칼을 들고 일어나 외적을 물리치는데 앞장섰다. 국가가 특혜를 준다고 한 것도 아닌데도 그들은 아무 조건도 걸지 않고 심지어 자신의 재산을 털어 아낌없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다.

임진왜란 당시만 보더라도 곽재우, 고경명, 김천일, 조헌, 사명대사 등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의병들이 있었다. 만약 의병의 활약이 없었다면 아무리 이순신 장군이 맹활약을 했더라도 조선은 망국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우리의 의병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우선시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기꺼이 한 목숨 바칠 수 있었다고 본다.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 자유를 찾아 유럽을 떠나 신대륙을 개척한 사람들의 후예답게 개인주의가 우선되는 나라다. 남북전쟁과 같은 내전이 발생해도 내가 전쟁터가 나가기 싫으면 안 갈 수도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센델 교수는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대리인을 찾는 징집자들은 신문에 광고를 내어 최고 1500달러까지 제시했는데,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이었다. 남부연합 역시 유급 대리 복무를 허용하다보니 ‘부자들의 전쟁, 가난한 자들의 싸움’이라는 표어가 생길 정도였고, 북부에서도 이러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돈으로 전쟁 참전을 피할 수 있었다니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징병제와 자원병제는 미국 국방정책 논쟁의 단골 주제였다. 이후 미국은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과 같은 큰 전쟁을 수행할 때는 징병제를 채택했지만 베트남전 당시 반전시위와 같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와 같은 100% 자원병제를 선택했다.

센델 교수는 “미국이 100퍼센트 자원병 제도를 채택한 뒤로는 군복무 할당에서 생기는 정의 문제가 대중의 관심사에서 사라져 갔다”며 “그러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전쟁을 주도하면서, 민주사회에서 시장을 이용해 군인을 모집하는 일이 과연 옳은가를 두고 다시 논쟁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도 역시 징병제와 자원병제를 놓고 아직도 정의의 차원에서 논쟁을 벌일 정도로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사정을 보자. 요즘 대선 잠룡들이 군 복무기간 단축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수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를 통해 군 복무기간을 1년까지 단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가 여기저기서 뭇매를 맞았다.

이에 파문이 예상외로 커지자 문 전 대표 측은 "1년을 공약한 게 아니라 국방개혁 방향을 이야기한 것“이라는 해명을 했지만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 술 더 떠 10개월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에서 “10만명의 전문 전투병과 고가 고성능 장비 무기 담당 전문병사를 모병하고, 의무 복무병은 10개월 정도로 단축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대선을 앞두고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와 부모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표퓰리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미국과 같은 개인주의 국가도 징병제를 정의의 차원에서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데,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5년마다 찾아오는 철새인 것처럼 대선 때만 되면 군복무기간단축 메뉴를 선심 쓰듯이 툭 던져 놓는다.

포퓰리즘의 망령에 사로잡힌 일부 잠룡들이여! 그대들 눈에는 모든 것이 ‘표’로 보이겠지만, 옛날 백척간두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고자 한 목숨 바친 의병들은 외적을 물리쳐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다. 참 부끄러운일이 아닐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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