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성-산청삼매
진주성-산청삼매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7.02.16 18:27
  •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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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산청삼매


눈 속에 피어 난 복수초의 노란 꽃이 앙증맞게 피어난 지리산 어느 골짜기에서 개구리가 벌써 나와 쌍쌍이 산란을 한 영상이 TV뉴스에서 봄소식을 전해왔다.

며칠 전의 모 신문에는 하동의 매화가 핀 사진이 실려서 신춘매화를 찾아 어디로 갈까하고 벼르던 참에 뒤 베란다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지리산 천왕봉에는 아직도 골짜기를 따라 하얗게 잔설이 남아 있어 지리산 아래로 가면 어쩌면 설중매라도 볼 수있을까하고 산청삼매를 찾아 나설 요량으로 마음이 바빠졌다.

매화의 멋은 세월에 곰삭아서 밑 둥은 삭아있고 세상사의 만고풍상을 끈질기게 견뎌오며 고난에 뒤틀리고 역경에 앵돌아져 용틀임한 자태로 엉성한 가지 끝에 듬성듬성 피어난 백옥 같은 백매화의 고매가 일품인데 주변과도 어울리게 고택의 뜨락에 홀로 서야 제격이다.

문화유적이나 명승지를 탐방하며 기행수필을 이달로 90회째를 쓰고 있는 모 일간지에 6년 전 2회째의 ‘산청삼매’를 쓰고부터 매화에 심취되어 이맘때가 되면 해마다 신춘매화와 재회를 해왔다.

제일 먼저 피는 고성군 대가면 방아골의 한씨댁 매화는 삭풍에도 청초하고, 마암면 장산마을 허씨 고택의 용틀임 한 고매는 병풍 속의 그림같이 기품이 넘쳐나고, 원동 순매원의 매화는 낙동강 강변을 따라 기찻길과 어우러져 풍광이 그림 같고, 백사청송 섬진강의 하동의 매화는 광양의 매화와 지천이라 황홀하고, 화엄사 각황전 옆에 홀로 선 고매는 붉다 못해 검어버린 흑매화로 빼어나고, 매천야록 황현선생 매천사의 백매화는 설한풍에 고고한데, 남사마을 예담촌의 원정구려 원정매와 단속사지 통정공 강회백선생의 정당매와 산천재의 안마당에 조식선생의 남명매가 옛 세월을 지켜온 품격 높은 고매라서 산청삼매를 찾아서 서둘러 나섰건만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가 낼모렌데 삼매는 하나같이 올통볼통한 꽃망울만 듬성듬성 맺고 있다.

아직은 철이 이러서일까 아니면 오늘의 정치사가 너무도 암담하여 필까말까 하는 걸까. 우리의 봄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고시조 한편이 불현듯이 생각난다.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직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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