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노도 시기와 교육블랙홀
질풍노도 시기와 교육블랙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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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택/진주 동진초등학교 교장
청소년기는 아동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자아의식과 현실적응 사이의 갈등, 소외, 외로움, 혼돈의 감정을 경험하는 긴장과 혼란의 시기, 이를 질풍노도의 시기라 부르기도 한다. 감수성이 예민해지고, 반항을 하기도 하고, 나쁜 유혹에 빠지기도 쉽고, 공부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인성과 창의성 발달에 더 없이 중요한 시기로, 가장 치밀하고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13~15세, 질풍노도시기에 해당하는 중학교 학생범죄 발생이 고등학교의 2배가 넘고, 학업성취도는 초·중·고중 가장 낮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어떤 이는 그 원인을 중학교 교육목표의 모호성에서 찾고 있다. 초등학교는 ‘기초 능력 배양과 생활습관 형성’, 고등학교는 ‘학생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진로 개척능력 함양’등과 같이 비교적 구체적인데 비하여 ‘학습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능력 육성’이라는 중학교의 교육목표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모호하다기보다는 수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에 맞는 목표가 아닐까. 달라진 학습 환경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대학입시로부터 거리가 먼 초등학교는 다양한 학습 방법적용, 다양한 자기계발 활동 등 자유로운 학습이 가능했던데 비하여, 중학교는 대학입학시험의 간접영향권에 들면서 성적·등수 등을 중시하고, 흥미, 희망 보다는 수능 대비에 중점을 두지만, 6년이라는 시간 간격으로 학생들은 공부에 열심이지도 않고, 자기계발에 노력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시기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중학교에서 교육이 갑자기 멈춰버린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학교시기를 정체성과 목적성이 뚜렷하지 않은 단절의 시기, 혹은 교육블랙홀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팽배한 맹목적 평등주의는 수준별 대책을 어렵게 만들어, 도저히 동시에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만큼 학력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동시에 가르침으로서 학습 흥미나 수업 만족도는 물론 성취도도 교사들의 노력만큼 나오기 어렵다.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제도 때문에 학생들의 일탈행동에 속수무책이다. 학교, 교사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정책의 문제이다.

중1부터 적성, 희망에 따라 교육과정을 선택해 심화교육을 시키는 네델란드, 초등학교 4학년 이후 적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 혹은 직업 교육을 선택하게하고, 적성과 재능을 찾을 때까지 지원하며, 적성에 안 맞으면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바꿀 수 있는 제도의 유연성을 갖추고 있다는 독일 등은 목표가 분명함으로 방황과 일탈도 적다고 한다. 우리도 질풍노도 시기의 방황을 줄이고, 미래사회를 주도할 인재들이 자라도록 교육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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