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하는 작은 생각
새해에 하는 작은 생각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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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IT교육 컨설턴트
새해가 밝았다. 웃어른을 찾아가 인사를 드려야 할 시기다. 건강이 어떠하신지도 여쭙고 덕담도 들으면 좋으련만 영 사정이 그렇지를 못하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괜히 바쁘다. 찾아뵙고 인사는 못 드리고 전화번호를 뒤적여 전화를 드리거나 문자를 소식을 전했다.

한해를 마무리하거나 시작할 때가 되면 새로운 결심을 하거나 지난 일들을 돌아본다. 돌이켜보니 내 나이도 중년을 지나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이를 보면 이제 어엿한 어른이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편치를 않다. 도대체 이 나이가 되도록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른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자책감도 든다. 

어른이란 성숙한 성인을 말한다. 성숙이라는 말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나이를 먹어 어른스럽게 되다, 누구 또는 무엇에서, 어떤 특성이 단계를 거쳐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정도에 다다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요즘은 사전도 흔한 시대라 사전마다 말뜻을 풀이하고 있지만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본 것이다. 나이야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남성의 모습을 하게 되고 여자는 여성의 모습을 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나이가 되면 겉으로는 누구나 어른이다. 남성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육체적인 성숙 외에 이 시대가 요구하는 어른이 갖추어야 할 특성이 무엇인지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일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어른에게 기대되는 특성은 있다. 이러한 특성들은 시대 상황, 가치관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나라가 전쟁에 시달릴 때는 전장에 서야 했고 또 유교 가치관이 지배하던 시대에는 유교 경전 학습이 요구되었다. 또 가깝게 지난 수십 년 동안에는 경제발전에 매진했었다. 우리나라는 개국 이래 가장 부유하고 전쟁이 없는 평온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 시대의 어른들과 선배들이 이루어낸 위대한 업적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대에는 존경할 만한 어른이 부족하다고 개탄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연일 비리들이 폭로되고 지탄이 이어진다. 요 며칠 사이만 해도 여당의 금품 비리 의혹으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필자도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후배들의 지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먼저 시대를 살아간 선배로서 부끄러운 날이 많다.

필자는 진주 진양호 동물원에서 미어캣을 본적이 있다. 어른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무슨 동물이야기인가 하겠지만 미어캣에서 필자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발견한다. 미어캣은 사막에서 사는 작은 포유류인데 땅속 굴속에서 산다. 미어캣의 어른들은 자식들을 위해 먹이를 구하고 양육한다. 이것이야 다른 동물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디즈니의 영화에도 나오지만 미어캣 무리 중 한 마리는 쉴 새 없이 망을 본다. 적이 오는지를 살피고 동료들에게 알린다. 가장 위험하고 중요한 임무이다. 또 희생이 따를 수 있는 일이다. 또 경험이 요구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생색이 나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자손을 퍼뜨리는 일도 아니요. 먹이를 구하는 일도 아니다. 이 위험하고 소중한 일을 가장 많이 담당하는 계급이 늙은 수컷이라고 한다. 가장 힘세고 많은 무리를 거느렸던 이제는 늙은 수컷이 자진해서 망을 본다고 한다.

미어캣의 늙은 수컷은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이 시대의 어른상이다. 자신이 이룩한 것들을 후배들이 이어가게 하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다가올 시대의 위험을 예측하고 마지막 재능을 후배들을 위해 사용하는 자랑스러운 모습이다. 동물원의 우리에 갇혀있지만 나무 그루터기 위에 서서 멀리를 내다보는 늙은 미어캣의 모습은 당당하고 아름답다. 이 시대의 어른들도 이런 삶을 살아야 존경 받을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어른의 모습니다. 마지막 까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른은 추할뿐이다. 새해에는 필자부터라도 당당한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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