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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김은숙 현상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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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0  18: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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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김은숙 현상

최근 ‘도깨비’라는 드라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보도를 보면 이웃 중국에서도 그 인기가 보통이 아닌 모양이다. 이른바 사드보복인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성과라 이 작품의 만만치 않은 위력을 실감케 한다. 그런데 나는 사람들이 과연 이 드라마의 원천인 그 작가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게 좀 궁금하다. ‘도깨비’나 ‘공유’ 만큼 평가를 받고 있는지 어떤지, 언론에서 여론조사라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그녀의 작품이 엄청난 원고료를 받는다는 보도는 본 적이 있지만 그녀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가 궁금한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작가를 알지 못한다. (물론 내 친한 친구의 지인이라고 해서 특별한 친근감은 갖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아주 잘 알고 있다.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 ‘태양의 후예’ … 그 바쁜 연구와 강의의 와중에도 그녀의 드라마들은 꼬박꼬박 챙겨봤다. 저 위대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미국 서부영화로 머리를 식혔듯 나는 김은숙의 드라마로 철학적 사고의 피로를 풀었다. 이런 기회에 그녀에게 감사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다.

나는 철학자의 한 사람으로 ‘작품’이라는 것과 ‘평가’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 내가 전공한 독일의 하이데거는 100권이 넘는 그의 전집 첫머리를 “작품이 아니라 길들”(Wege—nicht Werke)이라는 말로 장식했다. 나는 그를 엄청나게 존경하고 좋아하지만, 이 말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의 의도 내지 취지는 물론 이해하지만, ‘작품’이라는 말은 그렇게 ‘길’이라는 말에게 밀려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는 ‘두 번 이상 찾고 싶어지는’ 혹은 ‘갖고 싶어지는’ ‘어떤 결과물’을 작품이라고 간주한다. 그것은 일정한 ‘수준’ 혹은 ‘질’을 요구한다. 그런 어떤 것은 인간의 삶에 혹은 삶의 조건인 사회에 크게 기여한다. 음악, 미술, 문학, 공연 등만이 작품이 아니다. 음식도 술도 차도 물건도 ... 위의 조건을 충당시키는 것은 다 작품이다. 물론 그 마지막 조건은 인간의 ‘감성’에 의한 승인이다. ‘와~’, ‘이야~’, ‘햐~’, ‘오우~’, ‘크아~’ 등의 반응이 자연스럽게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은숙의 글들이 그런 것이다. 적어도 나의 감각으로는 그녀는 거의 천재다. 그녀의 상상력이 그렇고 그녀의 대사가 그렇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작품에 대해 시청률, 인기, 화제 등의 형태로 ‘평가’해준다. 연이은 재방송들도 그중 하나다. 그런 평가가 중요한 것이다. 나의 이 글도 그렇다. 한 젊은 드라마 작가에 대해 한 나이든 철학자가 칼럼을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엄청난 파격인 것이다. 나는 그녀가 한국현대문화의 한 아이콘으로 두고두고 기억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내가 10년 세월을 살았던 이웃 일본에서는 이런 풍토가 잘 정착되어 있다. 미운 짓 많이 하는 그들이지만 그렇게 좋은 면모도 없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대중 연예인도 어떤 경지에 오르면 문화적 영웅으로 온 사회가 떠받든다. 엔카 가수인 미소라 히바리도 배우인 아쓰미 키요시도 그런 경우다. 도공 심수관도 그런 경우다. 작가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계 연예계에도 부지기수다. 나는 김은숙도 그런 반열이라고 평가한다. 가히 훈장감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김은숙은, 비록 ‘떴다’고는 하나, 과연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하물며 그와 비슷한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떨까. 그런 능력과 노력들이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걸까? 내가 알기로 그런 수많은 인재들이 아직 관심의 사각지대에서 대중들을 만나지 못하고 어두운 터널 속을 헤매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그런 인재들을 찾아서 학맥 인맥 따지지 말고 무대 위에 올리고 그 역량을 향유가능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은숙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이제 그런 인재들의 작품에 대해 아낌없이 감동을 하고 박수 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의 2017년을 한동안 행복하게 해준 도깨비에게, 공유에게, 아니 김은숙에게 감사하자. 그리고 더 많은 김은숙들이 조명 받게 되기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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