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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구중서 선생님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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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1  18: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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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구중서 선생님

어제는 한국작가회의 정기 총회가 있었다. 작년에 참석하지 못한 게 죄밑이 되어 부랴부랴 참석했다. 남산에 있는 문학의 집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자그마한 실내가 가득 찼다. 임원도 아니니 총회 자체보다 에프터가 더 마음이 당겼다.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선배 작가님들도 만나뵐 수도 있고 모처럼 집에서 좀체 먹지 못하던 맛난 음식도 먹을 수 있지 않은가. 드디어 지루하던 총회가 끝나고 에프터가 시작됐다. 문학의 집 3층에 뷰페가 마련됐으니 멀리 갈 것 없이 올라갔다. 기대했던 대로 고명하신 여러 선생님들도 계셨고 음식도 맛있었다.

함께 사진도 찍고 지인들끼리 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광화문으로 가려고 지하철역에 들어서는데 구중서 선생님께서 천천히 다가 오셨다. 우리 일행은 다시 한번 인사를 챙기려는데 선생님이 당신께서도 광화문에 가신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가는 길에 매주 토요일마다 참석하신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엄청 대견해 하셨다. 광화문엔 막 행진이 시작되어 사람이 강물이 되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선생님을 모셔야 하기 때문에 행진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이순신 동상을 돌아서 나왔다. 선생님이 잘 아시는 식당겸 주점으로 갔다.

대개의 문인들은 술이 곁들어야 이야기가 풀린다. 구중서 선생님도 그런 중의 한 분이셨는데 술을 드시는 방법부터 좀 달랐다. 소주와 막걸리를 나란히 따라 놓고 드시는 것이었다. 소주를 한 모금 마시고 또 막걸리를 안주 삼아 한모금 마시는 방법이었다. 우리들은 술이 조금 들어가자 마구 짖어대듯 이야기를 하는데 선생님은 낮은 음성으로 아주 천천히 말씀하셨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은 목소리로 가만가만 얘기 하셨다. 팔순을 넘기신 연세에도 절대로 후배들의 말을 중간에 자르는 법이 없었다. 또한 먼저 말씀을 꺼내지도 않으셨다.

결론을 내듯 말씀하지도 않았다. 후배들의 말을 다 듣고 곱게 정리하고 풀어준다고나 할까. 작가회 이사장을 역임하신 경험도 계시다 보니 더욱 우리들을 공평하게 배려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있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한 무슨 사안이든지 순순히 수긍하게 되었다. “요즘엔 내가 좀 체면이 서”라고 하시곤 스윽 웃으셨다. 소리없이 입모양만 슬그머니 웃는 웃음인데 그럴 때 뵈니 아기 같으셨다. 아기처럼 순수한 표정을 보며 우리는 선생님의 이어질 말씀을 기다렸다. “내가 친구들한테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많이 했잖니 그랬더니 그 동안에는 무슨 사필귀정이냐고 핀잔을 받았던 거지. 핀잔을 받으면서도 그 말을 계속했는데 속으론 나도 슬그머니 불안하던 것이었는데…혹시라도 사필귀정이 안 될까봐서 말이지. 그런데 이렇게나마 올바르지 못함을 단죄하고 보니 친구들도 동의한 거지. 근데 사실 친구들도 오죽 사필귀정이라는 말을 믿고 싶었겠어? 내 친구들인데 말이야” 그리고 막걸리를 드시고 소주를 안주로 마시며 또 소리없이 슬그머니 웃으셨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하지” 하시자 우리 중의 누군가 “그럼요, 쌤 말씀 명심하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큰소리로 드렸다.

막걸리를 안주로 소주를 한 병을 드셨는데도 처음이나 똑 같이 몸가짐이 단아하셨다. 나는 신기했다. 소주건 막걸리건 조금만 마셔도 그걸 핑계로 큰 소리로 떠들고 남의 말을 가로채 반대 의견을 불쑥 들이밀고 온갖 진상을 다 펼치는데. 더 놀라운 건 선생님은 정작 ‘무위자연’을 즐겨 사시는 듯 그 말씀으로 결론짓기를 즐기셨다. 무위자연으로 살면서 세상이 사필귀정으로 되어 돌아가기를 기다리는 심정이 오죽할까. 그래도 그토록 단아하게 후학들을 믿고 사필귀정하기를 기다리시다니.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저절로 샘솟았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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