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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3  19: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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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수필가ㆍ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새봄맞이

햇살이 퍼진 남향창가에 앉아서 따뜻한 찻잔의 온기를 감싸 쥐고 가만히 귀를 기우려 본다. 서릿발 솟은 땅속에서 허물 벗는 딱정벌레의 등딱지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겨우내 꽁꽁 언 땅 밑에서 어둠의 세월을 견디어 온 뿌리와 씨앗들이 새싹을 움틔우는 꿈틀거림의 소리인 것도 같고, 포대기 속에 싸인 갓난쟁이가 기지개를 켜려는 꼼지락거림의 소리도 들리는 것 같다. 세상사가 어지러워서일까, 겨울나기에 지쳐서일까, 우리의 봄이 기다려져서 가슴으로 듣는 소리이다. 이제는 거추장스러운 외투도 벗고 싶다. 가려진 커튼도 걷어버리고 닫혀만 있는 창문도 활짝 열고 싶다. 풀냄새 흙 내음에 꽃향기 묻어오는 남촌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기다려진다. 봄은 어디만큼에서 주춤거리고 있는 걸까. 우리의 봄은 왜 이리 머뭇거리나. 난도질당한 국정의 참상을 보고 속이 울렁거려서일까. 전국을 휘젓고 다니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어설픈 체스추어도 역겨워지고, 꾸며서라도 그럴듯한 말솜씨를 보여주려고 무진 애를 쓰는 모양새도 이제는 안쓰럽지도 않다. 질박한 웃음소리가 멀어진 까닭을 알기나 하는지, 길어진 한숨소리가 들리기나 하는지, 물어볼 이유조차 상실한 까닭도 모르는 그들만이 오목거울의 난반사 속에서 헤어나질 못한다.

이념의 푯대에는 깃발도 없고/ 만신창이 상처뿐인 때 묻은 돛은/ 바람 따라 펄럭이며 너덜거릴 뿐/ 오월동주 여의도는 표류를 하고/ 길을 잃은 외기러기 해는 저문데/ 갈 곳 몰라 주춤주춤 머뭇거리고/ 얼룩진 청기와는 빛이 바랬다.

설익은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 봄을 기다리는 노랑나비의 간절한 기도는 끝나지 않았다. 창밖의 봄은 문턱 앞에 왔다. 잔설을 털어낸 새싹들이 돋아나고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다. 얼음장 깨어지는 소리에 선잠깬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고 버들강아지의 솜털이 뽀송뽀송 돋았다. 까치도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고 솔방울을 후비는 동박새도 바빠졌다. 머뭇거릴 때가 아니다. 증오도 연민도 털어내야 한다. 원칙과 기준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노란 병아리들이 유치원으로 줄지어 섰다. 미운 짓 귀염둥이들도 가입학을 했다. 젊은이들은 숨을 고르고 준비를 마쳤다. 황야라도 좋다. 마음껏 내달리고 싶어 한다. 이제는 새봄맞이 깃발을 드높이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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