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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노자 특강(1)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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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1  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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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창원대 교수·철학자-노자 특강(1)

유명한 ‘노자’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관심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된다.

道可道,非常道,名可名,非常名。無,名天地之始,有,名萬物之母。故常無,欲以觀其妙,常有,欲以觀其皦。此兩者,同出而異名。同謂之玄。玄之又玄,衆妙之門。

이 말에 대해 ‘아, 이거요? 이건 이런 뜻이랍니다’라고 선뜻 설명을 시도하거나 ‘아하, 이게 그런 말이로군요’라는 즉각적인 납득을 기대한다면 그건 처음부터 노자를 잘못 짚은 것이다. 이 사람의 이 철학은 그 표현이나 내용이나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암호해독’까지는 아니더라도 ‘퍼즐풀이’ 정도의 각오는 해둬야 한다. 엄청난 사고력을 요하는 주제와 표현들이다. 글자 하나만 잘못 읽어도 완전히 엉뚱한 뜻이 되어버린다. 나는 2500년 전의 이 고대 중국어를 현대 한국어로 이렇게 읽는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진정한 도가 아니고 이름이라 할 수 있는 이름은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무는 천지의 시작을 이름함이며 유는 만물의 어미를 이름함이다. 고로 진정한 무는 그로써 그 묘함을 보고자 함이며 진정한 유는 그로써 그 밝음[또렷함/깨끗이 나뉨]을 보고자 함이다. 이 양자는 같이 나와서 이름을 달리한다. 이를 같이 일컬어 그윽함이라한다. 그윽함의 또 그윽함이 뭇 묘함의 문이다.

여기서 무엇 하나만 잘못 건드려도 이 글 전체가 (그 문맥이) 와르르 무너진다. 특히 시중에는 무와 유를 각각 유명과 무명으로 끊어 읽는 해설서들이 제법 많은데 그렇게 읽으면 문단 전체의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

이 첫 장에서 노자는 ‘무’와 ‘유’라는 ‘양자’를 주제로서 언급한다. 이것은 각각 ‘천지지시’와 ‘만물지모’를 ‘이름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무와 유라는 이 이름이 참 쉽지 않은 것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그 이름의 한계, 오해가능성,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첫 문장에서 굳이 그 조심스러움을 토로한 것이다. 미리 변명을 해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는 명시된 이름 이전의 그것 자체를, 즉 ‘진정한 무’ ‘진정한 유’를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을 그는 굳이 ‘진정한’(常: 변함없는, 절대적인)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비상도-비상명’과 ‘상무-상유’라는 대비가 있음를 눈여겨봐야 한다.) 이 중요한 무언가를 말하긴 해야겠는데 말의 한계는 눈에 보이고, 그래서 아쉬운 대로 붙인 이름이 ‘무’와 ‘유’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양자를 함께 일컬어 ‘그윽함’이라고도 이름한 것이다.

진정한 어떤 것, 그것에 대한 이름, 그 이름하기의 어려움, 이것은 철학의 한 근본문제에 속한다. (사실 철학하는 일 자체가 곧 이름하기 즉 현상의 개념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공부를 좀 해본 사람은 안다. 중요한 어떤 것에 대한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이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그리고 이름 때문에 생겨나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를. 이를테면 진리라는 이름만 하더라도 그렇다. 궁여지책으로 진리라고 이름하지만, 실은 철학자들마다 그 생각하는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파르메니데스의 진리와 아우구스티누스의 진리와 하이데거의 진리와 타르스키의 진리와 하버마스의 진리가 다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각자 그 서로 다른 이름 저편의 ‘진정한(常) 진리’를 보여주고 싶어 했던 것이다. 노자에게도 그런 것이 있었다. 그게 일단은 ‘무’와 ‘유’라는 것이었다. 노자를 읽을 때 우리는 우선 먼저 이 이름의 한계, 그리고 그 한계 너머의 진정한 주제인 ‘무’와 ‘유’ 그것을 알고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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