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다리(涉橋)
섶다리(涉橋)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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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식/진주 상봉동동 문화위원
산간지방 굽이굽이 흐르는 냇가를 가로질러 얼기설기 엮어 놓은 나무다리를 말한다. 지천으로 깔린 크고 작은 소나무를 잘라다가 다리를 놓은 것이 바로 산간의 섶다리인데 마을에 따라 농다리라고도 불렀다. 섶은 다리위에 까는 소나무줄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먼저 제법 굵은 나무로 다리발을 세우고 나뭇가지로 연결시켜 고정한다. 이를 머그미라 하는데 재료는 물푸레나 참나무가 제격이다. 다음은 상판으로 열무를 듬성 듬성 깐다. 재료는 굵은 소나무를 쓴다.

다음은 솔잎이 많이 달린 솔가지를 열무틈새에 깔아놓아 발이 빠지지않게 어린애나 짐승들도 건널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만든 섶다리가 튼튼하다고는 하나 여름철 빗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물이 불어나면 영락없이 떠내려가곤 한다.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은 떠내려 가는 섶다리를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리처지에서 보면 겨울한철 제 일을 마치고 말없이 사라지는 셈이니 무소유의 다리라해도 무방하다. 또한 마을사람들은 늦가을이 되면 겨울나기를 위해 이런 다리를 놓았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섶다리는 주로 겨울철 한때 쓰는 임시다리라 하겠다. 냇가 건너편에 자리잡은 마을과 오고갈 요랑이지만 이런다리에 만족할만한 현대인이 몇이나 될까.

현재에는 섶다리가 놓였던 자리에는 멋없는 시멘트 다리를 놓아 경운기 자동차가 다니고 있다. 그저 편리함 때문이지만 옛날의 그 아름다움과 정서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섶다리는 이름처럼 분명 아름답다. 섶다리의 아름다움은 바로 자연에 순응하려는 인간의 고운심성에 있다. 키 작은 다리발을 듬성듬성 세우고 얼기설기 엮어내어 만든 섶다리 어느 인공물 보다 자연적이다. 사실 다리라면 견고한 돌다리 위엄과 권위나 성속(聖俗)의 이분법적 상징이 있다. 궁궐의 금천교 이름 그대로 권위의 상징이라할 수 있고 사찰의 다리는 인간이 사는 속세와 불국(佛國)의 세계를 구별함과 동시 이들 두세계를 이어주는 상징노릇을 한다. 섶다리에는 이런 귄위도 위엄도 없고 복잡한 상징도 없다. 너나를 구별하고 우리마을과 다른마을을 차별화하는 공간의 표지도 아니다. 오로지 자연이 갈라놓은 땅을 하나로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그렇기에 섶다리는 자연적일 수밖에 없다. 사실 섶다리야 말로 자연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인 동시에 인간이 지닌 힘을 들어내는 대표적인 문화양식일 듯 싶다.

하지만 섶다리에는 이런 의도가 없어서 보기에 좋다. 지게 한 짐이면 족한 그런 시대의 중량 아니라 바리 바리 실어도 부족한 물량이 오가는 탓이다. 그러기에 인간의 가엾은 욕망을 섶다리가 감당하지 못한다. 섶다리가 더 이상 의미를 갖지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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