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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어? 봄이 왔네강영/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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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7  18: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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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소설가-어? 봄이 왔네

어느새 봄이 노오란 고양이처럼 옆구리에 다가와 버렸다. 몇 십 년을 당하는 일이지만 해마다 이다지도 놀라우니 어째야 쓰까! 머리카락이 희긋 희긋한 것도 잊어버리고 가시내일 때 생각이 마구 마구 나면서 그 시절 함께 놀았던 머시마도 마구마구 생각이 나는 것이다. 그러다 금새 식구들을 생각하며 김밥이라도 싸서 데리고 가까운 공원에 소풍을 가야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힌다. 피식 웃는다. 식구들이 없는 것이다. 자식들은 다 성장했고 남편은 웬 사무가 그렇게 바쁘든지. 특히 주말이면 시모임에 동창모임에 친목회에 뭐에 뭐에.......그리고 촛불에!

긴 겨울을 견디고 나면 참으로 고운 친구처럼 다정한 봄볕을 맞이한다는 이 사실, 이건 진리로 우리 서민에겐 신앙 위의 신앙이다. 지난 겨울 얼마나 추웠던지, 얼마나 불편했던지. 새벽 조깅을 하면 몸은 땀이 나지만 손발은 독사처럼 모질게 시렸다. 겨울은 아무래도 1월이 가장 모질다. 땅덩어리는 지난 12월부터 꽁꽁 얼기 시작해서 지구 전부가 뼛속까지 얼리겠다고 냉기를 독약처럼 살포한다. 아직 봄을 기다리기에도 까마득하다. 창문에는 뽁뽁이를 대고 호주머니에는 핫팩을 넣는 등 별짓을 다한다. 그리고 2월을 맞아 드디어 본격적으로 봄을 기다려보는 것이다.

어쩌면 봄을 기다리기에는 2월이 매력적이기도 하다. 이월 중순만 돼도 봄은 슬쩍슬쩍 그 위대한 모습을 맛보기 시켜준다. 아, 그 감질이라니! 그러다 딱 지금과 같은 2월 말쯤되면 캬아~ 입춘이네 우수네 경칩이네 해쌓면서 차곡차곡 밀려오는 것이다. 물론 봄이라고 마냥 곱게만 오시지 않는다. 곱게만이라니, 생각해보면 봄만큼 심술궂은 것도 없을 것이다. 2월 중순부터 불기 시작하는 봄바람은 그야말로 난리난 광풍이다. 도시의 곡목으로 불어제끼는 먼지바람, 농촌의 들판으로 불어 닥치는 흙모래바람이란 실로 난리도 그런 난리가 아니다. 웬걸, 한 이틀 따뜻해서 봄인가 해서 호들갑을 떨면 짓눈개비와 찬바람이 몰려와 사람을 놀린다. 이월에 장독 터진다는 옛말을 중얼거리며 봄님이 참 오기도 싫은가보다고 비오는 날 빈지갑 주운 것처럼 구시렁거린다. 그것도 잠시 2월 말쯤 되면 완연한 봄기운에 새롭게 커진 목련꽃 봉오리를 보는 것이다.

이제 곧 꽃피는 춘삼월이다. 어김없이 노오란 개나리가 다투며 피어날 것이다. 그리고 진달래 연한 분홍빛이 애틋할 것이다. 봄볕 반짝이는 언덕에 쑥향은 또 얼마나 작력할 것인가. 그 옆에 냉이가 시샘하듯 잎을 세우겠지? 나는 그것들을 차마 캐지도 못하고 돌아와 시장으로 가서 맘씨 좋은 노점 아줌마한테 봄나물을 사와서 나물을 무치고 된장국을 끓이겠지. 큰맘 먹고 한우 국거리 반근을 사다 잘잘하게 썰어 넣어야지~~ 군침도네. 촛불집회에 다녀온 남편은 늦은 저녁을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으며 추위를 녹일 것이고. 나는 물을 것이다.

사람들 많이 왔어? 남편은 대답할 것이다. 많이 오기야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부른 배를 쓸어내리며 말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올바른 일을 자발적으로 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스스로 판단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자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사람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사람인 사실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울 때 행복한 것이라고 일장 연설을 할 것이다. 올바름에 승복할 줄 아는 것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마음이라고 말할 때쯤 양치도 안 하고 잠들 것이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남편복이 아예 없는 건 아니거든. 저토록 화안한 봄볕 아래 마음을 열고 가만히 웃어보면 남의 그것은 물론이고 내 자신의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환하게 보인다. 좋은 마음을 따르는 게 행복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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