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 대책은 있는가
보이스피싱 - 대책은 있는가
  • 경남도민신문
  • 승인 2012.01.1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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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주부
“00네 집이죠? 00 때문에 할 말이 있는데, 잠시 만요”

“엄마! 나 00인데 흑흑”

하도 자주 받다보니 이젠 놀래지지도 않는다. 어느 학교를 졸업했냐고 묻는 내 물음에 알아듣지도 못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더니 뚝 끊는다. 수법도 변하지 않았고 내용도 변하지 않았고 돈 뜯어내긴 글렀다 싶었는지 바로 끊어버리는 것을 보아 그들은 이 시장에 뛰어든지 얼마 되지 않는 초짜인 듯하다. 전화를 끊고나니 어이가 없다. 그리고 그냥 끝이다. 여기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최소한 112로 신고전화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마저도 난 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신고해도 소용없으니 하지 않았다.

아들이 군에 간 지 얼마 안 되어 처음 이런 전화를 받았다. 때마침 집에 혼자 있던 남편이 받고는 아들이 다칠까봐 전화통을 붙잡고 한 시간 가까이 그들과 씨름하며 시간을 끌고 있었다. 남편은 큰일 났다며 안절부절 못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전형적인 보이스피싱인데 울면서 전화한 목소리가 아들이 틀림없다고 돈 몇 백에 아들을 상하게 할 수 없다고 돈을 보내자고 했다. 어렵게 군부대로 연락했더니 하필 아들은 훈련 때문에 외부로 나갔다고 확인도 안 되고 난감하였다.

다시 걸려온 범인의 전화에 처음과 다르게 응대했더니 일이 틀어짐을 직감한 그들은 아들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 협박하며 전화를 끊었다. 아닌 줄은 알지만 무서운 말을 듣고 나니 가슴이 벌렁거려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얼마 후 군부대에서 급하게 아들을 호출하여 집으로 전화를 했다. 아들 목소리를 들으니 진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이 내 뱉은 무서운 말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은 그 날 저녁에 다시 집으로 전화를 했다. 그때 우리는 약속을 했다. 서로를 알아보는 신호로 출신학교를 물어보기로, 신상정보가 털려도 그것까지는 알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그 뒤로 여러 번의 사기전화가 왔지만 나는 아들과 약속한 그 질문을 하였고 수월하게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며칠 전 황당한 뉴스를 보았다. 보이스피싱 전화에 ‘열심히 일 해서 돈 벌라’며 꾸중했던 이에게 피자를 수십판 배달시켜 금전적 손해를 보게 했다는 기사였다. 보이스피싱 전화는 공손하게 받아야겠다며 무조건 빨리 끊는 것이 상책이라는 댓글을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으면 바로 신고할 곳이 없나 찾아보았다. 112로 하면 되지 무슨 소리냐 하겠지만 보이스피싱 신고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중국에서 전화를 하기 때문에 잡기도 어렵다고 했다. 여러 번의 검색을 통해 보이스피싱 통합신고 전화인 1379라는 번호를 찾았다. 국민들에게 조심하라고 경보발령만 하지 말고 정부당국은 적극적으로 중국에서 걸려오는 무차별 전화사기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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